순교의 길은 멀고도 험했으나 하느님께로 가는 그 길은 기쁨으로 가득했다.
서울대교구 서소문순교성지에 순교로 신앙을 증거한 신앙 선조들의 이야기가 꽃을 피웠다. 서소문순교성지전시관에 마련된 한국순교복자수녀회 정미숙(아녜스) 수녀의 닥종이 인형 전시가 그것이다.
2009년 개관한 서소문순교성지전시관에 새로이 전시된 정 수녀의 작품들은 스스로 배움을 통해 하느님을 만나고, 어떠한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으며, 박해에도 굴하지 않고 하느님을 만나고자 하는 기쁨으로 가득했던 신앙 선조들의 삶을 담아내고 있다. 한 공간에서 축약된 한국 신앙 선조의 전기를 만나볼 수 있는 셈이다. 영원에 목말랐던 민초들은 복음의 진리를 만나 가슴 벅찬 희망을 담았고, 하늘시민이 되기로 결심한 가운데 자신의 목숨마저 내어놓고 구원의 하느님께로 향했다.
서소문순교성지 이준성 신부(중림동약현본당 주임)는 “이번 정 수녀님의 닥종이 인형 전시는 눈으로 보는 교회사”라며 “이곳을 찾는 신자들이 거룩한 땅인 서소문에서 순교 성인들이 하느님께로 가는 환희의 순간을 맞이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보고,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지난해 서울 명동 평화화랑에서 닥종이 인형전을 펼쳤던 정 수녀에게 이 신부가 다시금 서소문순교성지에서의 전시를 청하면서 시작됐다.
이 신부는 “한국순교복자수녀회 소속인 정 수녀님께서 순교 영성을 묵상하며 만든 작품”이라고 소개하고, 정 수녀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정 수녀는 “한국순교복자수녀회의 수녀로서 순교 영성을 가까이에서 접할 기회가 많았기에, 작품을 만들 때에도 순교자들의 이야기가 가장 먼저 떠오르게 된다”고 말했다.
닥종이 인형은 철사 위에 종이를 수없이 붙여 나가는 인내의 작업이다. 전시에는 총 12개의 작품 80여 개의 인형들이 상설로 전시된다. 또한 서소문 행형지의 사진과 함께 정 수녀의 묵상 글이 함께 소개돼 그 의미를 더한다. 무엇보다 전통재료인 닥종이가 고통 중에도 기쁨으로 충만한 신앙 선조들의 온화한 얼굴을 잘 살려내고 있다.
서소문순교성지는 지난 2일 서소문순교성지전시관에서 이번 전시의 개막식을 가졌다. 개막 첫날부터 중림동약현본당의 신자들을 비롯해 성지를 방문한 순례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관람객 김옥춘(베로니카·서울 갈현동본당)씨는 “우리가 직접 볼 수 없는 순교의 이야기를 이곳에 와서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며 “자세히는 모르지만 우리 선조들이 겪은 박해의 고통을 이곳에서 잠시나마 느껴볼 수 있었다”고 관람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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