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도 모르게 이러한 말을 종종 하며 미사를 게을리 하지는 않았는가. 부활시기의 화려한 날들을 보내고 다시 맞은 연중시기. 다채로운 의미가 있는 사순, 부활, 대림, 성탄시기에 비해 일상과도 같은 연중의 의미는 잊히기 쉽다. 연중 제10주일, 반복되는 전례력 가운데 연중시기는 우리에게 어떠한 의미일까.
■ 연중시기의 의미
정의철 신부(한국가톨릭전례학회 초대회장)는 책 ‘뜻을 알면 전례가 새롭습니다’를 통해 연중시기를 가리켜 ‘주님 세례 축일’ 후 월요일부터 ‘재의 수요일’ 전까지의 기간과 ‘성령 강림 대축일’ 후 월요일부터 대림시기 전까지의 기간을 말한다고 전한다.
주님 공현 대축일 후 첫 번째 주일을 주님 세례 축일로 지내는데 이 날이 연중 제1주일이 되며 다음날 월요일부터 연중 첫 주간의 전례가 시작되고, 재의 수요일 바로 전날 화요일로 연중시기가 중단됐다가 성령 강림 대축일 다음날 월요일부터 다시 시작된다는 뜻이다.
이렇듯 연중시기는 예수 부활 대축일의 날짜에 따라 총 33주간이나 34주간으로 지내는데, 33주간이 되는 연도에는 성령 강림 대축일 이후의 한 주간이 삭제돼 제9주간 또는 제10주간으로 시작해 항상 제34주간 토요일에 연중시기가 끝나게 된다.
다른 어떤 특정 시기의 성격을 담은 미사독서와 달리, 연중시기에는 고유한 주제와 계획이 제시되지 않고 다만 그리스도의 신비, 즉 파스카의 신비 자체를 다양한 측면에서 경축한다. 독서에서는 세례부터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전교활동을 펼치고, 기적 등을 행한 그리스도의 행적과 가르침, 교회의 성장하는 모습 등이 다채롭게 그려진다.
연중시기 중 사제는 삶의 기쁨과 희망을 상징하는 녹색 제의를 입으며, 연중시기의 삼위 일체 대축일,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예수성심대축일, 그리스도왕 대축일을 제외한 주일에는 다른 전례시기와 다르게 장례미사가 허용된다.

▲ 연중시기는 우리의 일상과 같기에 더욱 중요하며, 그리스도가 지상에서 이루고자 하는 구원활동이 그리스도의 신비체인 교회를 통해 지상에서 끊임없이 이뤄지는 것을 조명한다.
■ 연중시기의 중요성
자칫 특별할 것이 없어 보이는 연중시기는 우리의 일상과 같기에 더욱 중요하다. 그리스도가 지상에서 이루고자 하는 구원활동이 그리스도의 신비체인 교회를 통해 지상에서 끊임없이 이뤄지는 것을 조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희종 신부(교구 복음화국장)는 “한 주간의 중심인 주일 미사성제와 교회가 기념하는 축제에 성실히 참여함으로써 세상 복음화사업에 공헌하는 것”이라며 “삶에서 생일잔치와 같이 특별한 날도 물론 즐겁지만 평범한 날에 대한 감사 또한 중요하다”고 전했다.
또 “교구 설정 50주년과 신앙의 해를 맞은 교구민의 성숙의 척도는 전례와 신심행사에 참여해 성숙한 기도생활을 하는 것에 달려있다”며 “연중시기는 우리 생활을 근본적으로 보고 새롭게 그리스도를 만나 믿음을 고백할 수 있는 시기가 돼야한다”고 덧붙였다.
연중시기는 전례력 가운데 가장 길게 이어지는 기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부활 전 제자였던 이들이 성령강림 이후 본격적으로 사도의 삶을 살아가듯, 연중시기에는 그들처럼 새로운 마음으로 사도적 일상의 삶을 살며 그리스도를 증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시간이다.
최인각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교수)는 “연중은 매일의 성실성 안에서 하느님 나라를 맛보는 시기이고, 대림과 사순은 연중시기의 생활에 대한 회개와 반성을 하는 시간이 아니겠는가”라며 “열심히 살던 사람에게 주어진 축제가 의미가 있듯 ‘준비된 축제’를 맞기 위해 언제나 깨어 노력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 연중시기는 우리 생활을 근본적으로 보고 새롭게 그리스도를 만나 믿음을 고백할 수 있는 시기가 돼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