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는 말보다 행동이 앞서야 함을 논어 위정편 9장, 10장, 13장, 22장에서 역설하였다. 말하기는 쉽지만, 그것을 실천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어느 사회든 성원 각자가 자신이 한 말의 신용을 지킬 때 그 공동체는 하나로 묶어진다. 따라서 신의란 개개인을 연결시켜주는 고리라고 하겠다. 그래서 공자는 말은 많지 않지만 행동으로 그의 가르침을 실천하던 제자 안연(顔淵, 이름은 回)을 자주 칭찬하였다. 또한 언변에 능했던 자공이라는 제자가 군자가 되는 길을 물었을 때는 먼저 실천하고 나서 말을 하는 법이라고 충고하였다.
‘군자는 말이 적다’는 말이 자기 홍보시대인 오늘날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대에도 한 나라는 물론 한 가정이나 직장에서 제일 필요한 사람은 신용이 있는 사람, 일을 한번 맡겨 놓으면 안심해도 좋은 사람이다. 인간관계에서도 결국 달변이 아니라 신의가 중요한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자기가 한 말을 행동으로 실천할 수 있는 사람만이 존경받기 마련이다. 마태복음 7장 21절 말씀에 예수님께서도 나더러 ‘주님, 주님’하고 부른다고 다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천하는 사람이라야 들어간다고 하셨다. 행위가 말보다 중요하고 앞서야 함을 단적으로 표명한 말씀이라고 하겠다.
한 인간의 행동 안에 신의가 있을 때 동기도 순수해지고 만남도 의미가 있게 되어 공동체 형성에 긍정적 효과를 갖게 된다. 공자께서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신(信)’ 이라고 하셨듯이 루카복음 18장 8절에서 사실 하느님께서는 그들에게 지체 없이 올바른 판결을 내려주실 것이다. 그렇지만 사람의 아들이 올 때 과연 이 세상에서 ‘믿음’을 찾아볼 수 있겠느냐는 묘한 탄식을 하셨다.
하느님께 대한 기본적 신뢰에 기초를 두고 인간 사이에 신뢰가 구축될 때, 신의가 지켜지고 그것에 바탕을 두고 공동체가 형성된다. 사실 신뢰란 그리스도교에서 전통적으로 강조되었듯 하느님과 인간관계에서만 중시되는 것도 아니고, 유교에서 전통적으로 그러하였듯 인간 사이에만 적용되는 것도 아니다. 하느님의 사랑과 성실성을 배우고 구체화하는 것이다. 이들의 상호작용 속에 신(信)의 개념이 완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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