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한참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봅니다. 2000년 대희년 맞이 준비에 분주하던 1990년대 말, 교회도 변화되는 새로운 세상을 맞이하기 위해 소공동체운동과 통일운동, 중국선교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사목적인 노력들을 더해가고 있었지요. 저도 부주교의 입장에서 2000년대를 왜 준비해야 하는가에 적극 고심했었습니다.
변화된 세상, 새로운 세상이 언제나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준비 없이 맞게 될 경우에는 새로운 세상이 기회이기보다는 재앙이 되기 쉽지요. 당시 저는 한국교회가 1980년대 말부터 거시적 차원에서 볼 때 방향감각을 잃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을 가졌습니다. 한국교회 전체가 추구하는 어떤 사목적 목표나 운동이 나오지 않고 있고, 일부 교구나 특정 단체만이 주도하는 운동이 있기 때문이었지요.
농부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준비를 하며 삽니다. 봄이 오면 농사 준비, 여름이 오면 장마와 태풍 대비, 가을이 오면 추수 준비, 겨울이 오면 월동 준비를 합니다. 농부는 이런 준비 없이 살아갈 수 없습니다. 국가사회도 국제적 여건 변동에 따라 발 빠른 준비를 해야 살아남는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지요.
저는 당시 월간 「사목」의 지면을 통해 한국교회가 2000년대 복음화를 위해 우선 상황 분석을 세밀히 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여러 관계 속에서 맞게 되는 상황을 세밀히 분석하고 파악한 후에는 복음화의 방향을 분명하게 잡아야 합니다.
특히 복음화 방향이 설정되면 이것은 교회의 정책으로 받아들여져야 하는데요. 제2차 바티칸공의회와 한국 사목회의 의안 등이 사장된 것은 교회 복음화정책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또 새로운 복음화 방향이 실행으로 옮겨지기 위해서는 충분한 홍보가 전제돼야 합니다. 교회 조직과 시간, 재정 등 모든 힘이 새로운 복음화를 실현하기 위해 집중돼야 합니다. 변화된 시대 상황에 응답하는 새로운 복음화 방향이 힘차게 추진되기 위해서는 교회 구성원 모두가 충분히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알리고, 실천하는 힘을 모아야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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