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라이터가 스테인드글라스의 건축적 가능성에 대해 보다 깊은 차원의 해석을 시도하던 시기에 완성된 도르트문트 성모 마리아 교회의 스테인드글라스는, 따뜻한 갈색, 보라색, 회색의 색유리 면을 부분적으로 배치하면서 밀도 있게 그려진 수직의 납선들과 그 사이를 누비는 자유로운 선들로 화면이 구성되어 있다. 전통적인 스테인드글라스에서는 주로 납선이 서로 다른 색의 유리들을 구획 짓거나 테두리 역할을 한 것과는 달리 슈라이터의 납선은 손으로 직접 그린 것처럼 자유롭게 표현되어 있다. 즉 슈라이터에게 있어 납선은 단지 재단된 색유리들을 연결하고 지탱하는 프레임의 역할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그의 드로잉을 유리 위에 재현한 듯 독립된 선으로서 존재한다. 이렇게 유리 위를 떠다니고 있는 것 같은 그의 납선 드로잉은 그 자체로서 생명력을 갖고 작가의 손맛을 살리며 작품의 표현적인 면모를 강조하고 있다.
▲ ▼ 독일 도르트문트 성모 마리아 교회의 스테인드글라스, 요하네스 슈라이터 작, 1971.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도르트문트 성모 마리아 교회에는 흰색이 메인컬러로 사용되었다. 슈라이터는 흰색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흰색은 신의 순수성과 초월성을 상징하는 매우 기쁜 색이다. 흰색에는 스펙트럼의 모든 색이 담겨있다” 슈라이터는 중세 시토수도회의 단순하고 절제된 그리자유(grisaille) 창과 마찬가지로 자극적인 색의 사용을 최대한 절제하고 최고의 순수성을 내포한 색인 흰색을 자신의 작품에 적극 도입하고 있다.
신의 빛을 상징하는 부드러운 흰색 배경에 파손된 듯한 이미지는 독일에 의해 발발한 전쟁의 비극과 상처를 잊지 않도록 하고, 도르트문트 성모 마리아 교회 역시 이 전쟁으로 희생되었던 곳임을 상기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