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대 평양교구장 홍용호 주교(1906~?)의 십자가를 비롯해 평양교구의 역사를 담고 있는 유물 3점이 14일 평양교구 교구장 서리 대리 황인국 몬시뇰에게 전달됐다.
이날 전달식에는 황인국 몬시뇰, 평양교구 출신 원로사목자 김득권 신부와 유품 최초 보관자 오 수산나(1984~1961)씨의 딸 문윤숙(아가타·75·서울 사당5동본당)씨, 손녀 문혜영(림파·58·서울 잠원동본당)씨, 손자 문창헌(프란치스코·54·서울 쌍문동본당)씨가 함께했다.
이날 기증된 가로 26.2cm, 세로 16.7cm 크기의 십자가는 홍 주교가 직접 사용했던 성물로 칠보 장식이 돼 있다. 홍 주교는 북한군에 의해 납치되기 1년 전인 1948년, 순교를 미리 예감하고 당시 평양 관후리주교좌본당 부인회 회장 오 수산나에게 이 십자가를 선물했다. 오 수산나는 십자가를 공산당의 감시를 피해 집에 숨겨오다가, 6·25전쟁 1·4 후퇴(평양은 12월 4일) 때 갖고 내려와 이후 집안의 가보처럼 보관해 왔다. 십자가는 오 수산나씨가 1961년 작고한 이후에도 오씨의 유족들이 꾸준히 보관해오다 지난 2011년 홍용호 주교에 대한 시복시성 운동을 계기로 오 수산나씨의 막내딸인 문윤숙씨가 평양교구 출신 원로 사제 김득권 신부에게 보관 사실을 알리고 기증을 준비해 왔다.
황인국 몬시뇰은 “홍 주교님의 유품을 만나게 돼 뜻 깊다”면서 “후배 사제들이 유품을 통해 그분의 정신을 본받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김득권 신부는 “북한이 종교를 탄압할 때 비밀리에 진행했기 때문에 순교자의 흔적을 찾을 수 없어 안타깝다”며 “평양교구의 역사를 가늠할 수 있는 소중한 유품이라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날 전달식에는 홍용호 주교의 가방, 홍 주교의 뒤를 이어 사목한 김필현 신부가 사제수품 10주년 때 신자들에게 선물 받은 은수저 세트, 관후리주교좌성당 건립기금 모금으로 한 신자가 봉헌한 금반지가 함께 전달돼 의미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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