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주노동자들을 만나면서 이들에게 몇 가지 질문을 하곤 합니다. 한국에는 왜 들어왔는지, 한국에서 무엇을 하길 원하는지, 그들이 목적한 바를 이루고 돌아가는 지 등의 주제로 말입니다.
2006년, 한 이주노동자가 찾아왔습니다. 그는 성당에 열심히 다니는 친구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직장을 옮기겠다고 찾아왔고 그 이유를 물어봤더니 사장님이 주일에도 일을 시키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자신은 주일에 성가대에서 노래를 부르고, 주님을 찬양하는 일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사장님에게 말했더니 직장을 옮기라고 소리를 질렀다고 합니다. 그 친구의 사정이 하도 딱하여, 사장을 설득해 고용 알선장을 받아오게 해서 그를 다른 곳으로 옮겨주었고 지금 참 행복하게 직장에 다니고 있습니다.
또 다른 한 노동자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5년 고용허가제의 일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가야 하는 시점이 됐을 때 갑자기 찾아와 ‘자기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선언을 했습니다. 놀란 저와 수녀님은 ‘가족이 있는 품으로 돌아가라’고 설득을 하던 중에 그에게 큰 일이 일어났습니다.
술을 마시고 오토바이를 타다가 그만 교통사고가 난 것이었습니다. 일을 수습하며 사정을 들어보니, 아내가 그가 보낸 재산을 탕진해 5년의 고생이 수포로 돌아간 사정을 말해주었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에 그를 돌보아주고 미래의 진정한 행복을 빌어주었습니다.
이처럼 이주노동자들은 참으로 많은 갈등을 지니고 살아갑니다. 적지 않은 사업주들이 이주노동자들을 그저 노동력으로만 생각하기 때문에, 그들에게 필요한 정서적인 삶의 욕구는 무시되고 있습니다. 또 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종교의 자유마저 묵살되기도 합니다. 이주노동자들은 오늘도 그리운 가족과 떨어져 수많은 문제들에 부딪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