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제5대 수도원장으로 선출된 박현동 아빠스. 이 땅에 아빠스좌가 생겨난지 꼭 100년만의 일이기에 의미가 남다르다. 젊은 나이에 아빠스로 선출됐다는 점에서 앞으로 왜관 수도원을 더욱 활기차게 이끌어 갈 것이라는 기대감 또한 크다. 그래서인지 축복식을 하루 앞둔 19일 마련된 기자간담회에는 교계 언론사는 물론이고 중앙 일간지를 비롯한 많은 언론사 기자들까지 대거 참석, 취재 열기를 더했다.
“아빠스로 선출된지 오늘이 44일째입니다. 올해 제 나이가 44세이고, 제가 예비선거 때 44표를 받았습니다. 4자가 좋은 4자가 될 것 같습니다.”
자칫 딱딱하고 긴장된 분위기로 흘러갈 수도 있는 자리였지만 박 아빠스는 먼저 웃음을 유도하며 자연스럽게 이끌어갔다. 박 아빠스는 “정신없이 지나간 44일 동안 아빠스 직무를 어떻게 수행해 나가야할지 배우고, 수도원 선배들의 조언을 듣고 있다”면서 앞으로의 활동 방향에 대해 “나 자신과 하느님께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공동체 형제들의 의견을 모아 그 가운데서 하느님 뜻을 찾도록 할 것”이라며 회견을 이어 갔다.
박 아빠스는 덕원 자치수도원구 자치구장 서리로 공식 임명된 만큼 북한 선교에 관해서도 큰 관심을 갖고 있음을 밝혔다.
“우리가 덕원 수도원을 직접 방문할 수는 없지만, 우리 수도원은 북한 지역에 있다가 내려왔기에 지금도 북한교회와는 깊은 유대를 느끼고 있습니다. 이미 오래전에 나진·선봉경제특구 두만강 유역에 국제가톨릭의료봉사회와 함께 병원을 건립했고, 매년 의약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통일을 대비해 늘 관심을 갖고 해야 할 역할을 지속해 나갈 것입니다.”
박 아빠스는 바쁜 일상을 보내는 현대인들에게 수도원이 해줄 수 있는 역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속도에 매몰된 채 살아가는 바쁜 현대인들에게 ‘멈춤’을 강조했다.
“수도자들은 일을 좀 하려고 하면 기도하라고 종을 칩니다. 기도하고 돌아서면 또 일해야 하고, 일하다 보면 또 기도하기 위해 멈춥니다. 멈추고 다시 시작하는 이 단순한 리듬이 영적인 힘을 줍니다.”
박 아빠스는 이러한 수도원의 삶의 모습에서 사람들이 힘을 얻길 바란다고 전했다. 또 찾아오는 모든 이들을 그리스도처럼 맞이하라는 사부 베네딕도의 정신에 따라, 수도원이 그들에게 쉴 수 있는 공간, 내려놓고 잠시 멈출 수 있는 영적 오아시스와 같은 공간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간담회를 마무리하며 박 아빠스는 참석한 기자들에게 ‘환대’의 모습을 보였다. 수도원에서 만든 독일식 수제 소시지와 안셀름 그륀 신부의 저서 「사랑, 언제까지나 스러지지 않는」 등 준비한 작은 선물을 전한 것. 기자들은 박 아빠스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수도원 공동체와 저녁기도를 함께 바치는 것으로 일정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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