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우리 교구 3대 교구장직을 승계받은 후 처음으로 주례한 새 성당 봉헌미사는, 정자동주교좌대성당에서 거행됐습니다. 정자동성당은 1997년 7월 교황청으로부터 공식 인준을 받았고, 연이어 8월에 봉헌식이 거행됐지요. 이어 9월에는 양지성당, 10월에는 평촌성당과 소하동성당, 11월에는 미양성당 봉헌식 등이 연달아 마련됐을 뿐 아니라, 새 성당 봉헌 물결은 이후로도 해마다 수십 건씩 이어졌습니다.
제가 교구장으로 재임하던 시기는 교구 관할 지역 내 굵직굵직한 신도시 개발과 대형아파트 단지 설립이 매우 바쁘게 진행되는 때와도 맞물렸습니다. 각 지역마다 수만에서 수십만 명의 인구가 새로 밀려드니 당연히 발 빠르게 본당을 신설하지 않을 수 없었지요. 하지만 본당을 신설할 때면 늘 새 성당을 짓는 일이 가장 관건으로 떠올랐습니다. 게다가 성당 부지가 전혀 없는 계획도시 내에서 본당을 분할하거나 신설하는 것은 매우 힘겨운 일이기도 했지요. 그래도 교구와 각 본당 모두가 관할 지역에 새로 이사 온 신자들은 물론 새 예비신자들을 위해 본당을 분할하고 새 성당을 짓는데 한마음 한뜻으로 움직였습니다.
그런데 신부님들 중에는 현재는 신자가 늘어난다는 이유로 새 성당을 짓고 있지만, 조만간 유럽처럼 신자들이 줄어 성당을 짓기는커녕 기존 성당도 줄여나갈 수 있는데 왜 굳이 본당 신설을 계속하느냐는 반대 의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좀 달랐습니다. 만약 우리가 생각부터 ‘조만간 한국교회도 유럽처럼 쇠락하고 말 것’이라고 전제를 두면 그런 결과를 맞이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교회가 아직 발을 내딛지도 않은 길, 무엇보다 바람직하지 않은 길로 나아가도록 그냥 두지 않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지요. 생각부터 다르게 하면 교회는 올바른 길을 걸어갈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한국교회식, 수원교구식으로 꾸준히 발전을 기대하며 노력하면 틀림없이 결실이 있을 것이라고요. 그리고 이후로도 이러한 기대와 필요성에 의해 본당 신설은 지속적으로 진행됐습니다.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