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예수님이 활동하셨고 신약성경의 여러 책들이 쓰여진 기원후 1세기~2세기 초반의 시대는 로마 제국이 통치하던 세계였다. 사실 오늘의 그리스도인 독자들은 전혀 다른 세계에 살고 있기 때문에 로마 제국에 대한 이해 없이 예수님과 신약성경을 이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로마 제국은 신약성경의 사건, 인물, 주장, 표현 방식, 언어, 구조 등을 위한 중요한 정치, 경제, 사회, 종교적 배경을 이루고 있다.
예수님 당시의 기원후 1세기 로마 제국은 지중해 주변의 여러 지역과 민족들을 지배하였다. 오늘날의 명칭으로 표현하자면, 당시의 로마 제국은 북서쪽의 영국으로부터, 서쪽의 프랑스와 스페인을 거쳐 유럽을 가로질러 동쪽으로는 터키와 시리아, 남쪽으로는 북 아프리카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을 차지하고 있었다.
로마는 당시 6000~6500만 명의 다양한 종족과 문화의 주민들을 지배하였다. 로마 제국은 기본적으로 위계질서적인 계급 사회였으며, 권력과 부는 본질적으로 불평등의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소수의 지배 엘리트들의 삶은 매우 안락했으나, 그들을 제외한 다수의 민중은 겨우 생존을 유지하며 비참한 생활을 영위하였다. 사회 안에서 중간 계층은 존재하지 않았고, 곤경에 처할 경우 사회적 안전망은 매우 부족하였다. 우리는 로마 제국의 구조를 다음 세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로마 제국은 귀족의 제국이었다. 즉 로마 제국은 귀족주의적 정치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전체 주민의 2~3퍼센트에 불과한 소수의 지배 엘리트들이 제국을 지배하였다.
그들은 공동선 보다는 개인의 이익을 위하여 중요한 정치적 직책을 차지하였다. 그래서 지배 엘리트들은 권력을 행사하고 부를 장악하였으며 높은 지위를 향유하였다. 그들은 제국의 거주민들의 사회적 경험을 형성하였고 삶의 질을 결정하였다.
둘째, 로마 제국은 토지의 제국이었다. 즉 제국의 권력과 부는 토지에 기초를 두었다. 지배 엘리트들은 민주적인 선거를 통해 통치하지 않았다.
그들은 세습을 통해 토지와 노동에 의한 제국의 일차적 자원들을 통제함으로써 통치하였다. 그들은 토지를 소유하였고 생산의 약 65퍼센트를 소비하였다. 그들은 노예와 소작인의 값싼 노동력을 착취하였다.
결국 그들은 지배 엘리트가 아닌 이들, 즉 일반 민중의 희생을 바탕으로 살았다. 제국과 지방의 지배 엘리트들은 민중에게 공물, 세금, 소작료 등을 부과하였다. 그들은 생산물에 세금을 부과하고 분배와 재화의 소비를 통제하여 민중의 부를 빼앗았다.
세금과 소작료는 재화로 납부되었는데, 시골 농부나 어부는 그들의 어획, 수확, 가축 중에서 어림잡아 20~40 퍼센트를 지배 엘리트들에게 바쳐야 했다. 따라서 당시 로마 제국 안에서 세금을 내지 않는다는 것은 반란으로 간주되었다. 왜냐하면 세금에 대한 거부는 토지, 바다, 노동력, 생산물에 대한 로마 제국의 통치를 인정하기를 거부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로마의 군사적 보복은 피할 수 없었고 또 잔인하였다.
셋째, 로마 제국은 군사적 제국이었다. 자원을 통제하는 것에 덧붙여 제국의 지배 엘리트들은 이 토지의 제국을 강압적인 방식으로 통치하였다.
강압의 지배 수단은 다름 아닌 로마 제국의 군대였다. 이에 덧붙여 지배 엘리트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과 통신의 수단을 통제하였다.
예를 들어 각종 화폐 동전의 도안들, 거대한 기념물의 건축, 다양한 건물들의 건축 등을 통하여 지배 엘리트들은 그들의 가치들을 전파하였고 그들의 이익에 복종하는 의식을 형성, 확산시켰다.
실제로 로마의 중앙과 지방 사이의 보호 연결망과 동맹 관계는 제국의 통치를 확장시켰고 현 상황(status quo)을 유지시켰다. 이러한 제국의 위계질서와 통치 방식을 통하여 지배 엘리트들은 그들의 이익을 강화하였다.
로마 제국의 가치와 질서는 수많은 희생자들을 양산하였다. 이 희생자들의 목소리는 철저히 차단되었고, 반대자들의 저항은 제국의 무자비한 군사적 개입에 의해 철저히 탄압되었다. 그것은 폭력에 의해 로마 제국의 평화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송창현 신부는 1991년 사제수품 후 로마 성서 대학원에서 성서학 석사학위(S.S.L.)를, 예루살렘 성서·고고학 연구소에서 성서학 박사학위(S.S.D.)를 취득했다.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과 성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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