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2~15일, 나흘간 개최된 다섯 번째 세계사형제도폐지총회(5th World Congress Against the Death Penalty, 이하 총회)에 다녀왔다.
3년마다 개최되는 총회는 2001년 독일 스트라스부르그를 시작으로 캐나다 몬트리올, 프랑스 파리, 스위스 제네바에 이어 올해에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개최됐다. 이번 총회는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두고 있는 ‘사형폐지를 위해 하나로’(Together Against the Death Penalty, Ensemble Contre la Penie de Mort_ECPM)가 주관하고 주최국인 스페인과 함께 노르웨이, 스위스, 프랑스 등 6개국 정부와 세계사형폐지연합(World Coalition Against the Death Penalty)의 후원과 협력으로 진행됐다.
총회 개회식은 미국 플로리다의 한 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스페인인 사형수 파블로 이바(Pablo Ibar)의 편지를 아내인 타냐 이바(Tanya Ibar)가 대신 낭독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1984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데즈먼드 투투(Desmond Mpilo Tutu) 대주교는 영상메시지로 용서 없이는 미래가 없음을 역설하고 전 세계의 사형폐지를 위해 힘써줄 것을 호소했다.
개회식을 마치고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의 사형제도 폐지를 위한 사회학적, 종교적, 법률적인 중요한 논점은 무엇인가?’, ‘사형선고를 받은 외국인을 위한 법률 및 외교 전략은 무엇인가?’, ‘세계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청소년들’, ‘캘리포니아의 사형폐지 캠페인을 통해 본 사형제도 폐지 전략’ 등 각국의 인권활동가, 변호사, 국회의원, 교수, 분야별 전문가들의 발제로 전체토론 및 워크숍, 라운드테이블이 진행되었다.
숨 가쁘게 이어진 2일간의 수많은 논의를 끝으로 어느새 폐막식이 다가왔다. 까야로 극장(Cines Callao)에서 진행된 공식 폐막식은 1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오전 10시30분에 시작되었다. 이날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청 국무장관을 통해 전달한 서한이 도착했다. 교황은 “이번 총회를 통해 전 세계적인 사형폐지는 인류가 범죄에 굴복하지 않고 복수를 거부하며 새로운 희망을 높일 수 있는 믿음과 용기를 재확인했다”며, 교황청은 줄곧 사형폐지를 위해 노력해왔음을 밝혔다.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마지막 행진이었다. 까야로 극장에서 푸에르타 델 솔(Puerta del Sol) 광장을 지나 다시 까야로 광장(Plaza Callao)으로 돌아오는 길을 총회 참가자 전원과 사형폐지를 지지하는 수많은 스페인 시민들과 함께 어깨에 밧줄을 메고 행진했다. 흥겨운 스페인 전통 음악과 함께 총회 공식 포스터에도 등장했던 빨간색 손바닥 모양의 피켓을 손에 끼우고 박자에 맞추어 춤을 추고,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하며 행진하는 모습은 마드리드의 뜨거운 태양보다 더 열정적이었다.
더불어 밧줄을 어깨 대신 목에 감싸고 자국의 사형제도 폐지를 있는 힘껏 외치던 이의 모습 또한 잊을 수 없다. 스페인은 이미 사형제도가 폐지되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여유롭고 친절했다. 이것만으로도 사형은 역시 정의가 아니라 단언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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