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교회를 위해 헌신해왔다. 독실한 천주교 집안에서 태어나 한때 수도자의 꿈을 안고 수도회에 입회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고 환속했던 박경수(세례자요한·82·의정부교구 오남본당)씨는 이후 자신의 삶을 중국 선교에 바쳤다. 그는 중국에서의 선교활동 공로를 인정받아 제16회(1999년) 가톨릭대상 사랑 부문 대상을 받기도 했다. 당시 상금으로 받은 300만 원도 중국 선교를 위해 내놓을 정도로 의욕적이었다.
하지만 뇌병변장애 2급인 그는 건강이 악화되면서 모든 것을 내려놓아야 했다. 현재 그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거동조차 불편한 상황이다. 안면 마비 탓에 발음이 새, 의사소통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는 “어떤 때는 내가 말해놓고도 무슨 말인지 모를 때가 많다”며 “혹여나 넘어질까 봐 성당에도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가 중국교회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1993년 6월. 연변지역의 한 노 사제로부터 성물 지원 요청을 받은 박씨는 한국 내 신자들의 도움을 받아 묵주 등 성물 1200개와 기도서를 전달하면서 자신의 삶을 선교에 봉헌하기 시작했다. 중국 흑룡강교구와의 인연도 이때 시작됐다. 중국 방문길에 열악한 현지 교회 사정을 목격한 박씨는 귀국 후 그들을 도울 방법을 찾았다. 그는 부산교구 초대교구장 최재선 주교의 지도 아래 뜻을 같이하는 신자들과 함께 9개의 성당과 2개의 공소를 세웠다. 또 묵주, 교리서, 성작, 성합, 제의 등 신자들의 신앙생활과 성무에 필요한 물품전달도 앞장섰다.
하지만 활발히 선교활동을 하던 박씨의 모습은 오랜 투병생활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그의 부인 조창숙(엘리사벳·70)씨마저 2008년 뇌출혈로 쓰러졌다. 후유증으로 좌측 편마비가 찾아온 그는 이후 걷지 못하게 됐다. 조씨는 “진통제를 먹지 않으면 다리가 저리고 쑤셔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 대부분을 침상에서 보낸다. 쓰러지기 전에는 복지관 등에서 홀몸노인을 보살펴왔던 조씨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박씨 내외는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다달이 받는 장애인 연금으로는 병원비 내기도 급급한 실정이다.
오남본당 빈첸시오회 권강칠(대건안드레아) 회장은 “평생을 교회를 위해 힘써온 할아버지가 이제 반대로 교회의 도움을 받아야 할 처지에 놓여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요즘 박씨 내외의 유일한 낙은 묵주기도를 바치는 것이다. 12살 때부터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묵주기도 15단을 바쳐왔다는 박씨는 “기도하는 중에는 모든 근심걱정이 사라진다”며 “기도를 통해 하느님의 위로를 체험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느님께서 건강을 다시 허락하신다면 못다 한 중국선교에 삶을 다시 투신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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