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신학교의 옛터이며 성심여자중·고등학교 인근에 대형 화상경마장이 들어서기로 해 주민과 신자들이 큰 우려와 반발을 표명하고 있다.
한국마사회는 용산역 인근에 있는 화상경마장을 시설 노후와 환경 개선을 이유로 현 위치에서 800m 떨어진 곳에 신축된 연면적 1만 8358㎡ 규모의 건물로 올 9월 이전할 계획이다.
한국마사회 측은 이전 과정에 법적 하자가 없으며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면도 많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전 예정지는 성심여중·고에서 불과 215m 떨어져 있을 뿐 아니라 마포초, 원효초, 남정초, 금양초, 선린중, 신광여중·고 등 학교와 4000여 세대가 입주한 아파트가 밀집된 지역으로 경마장의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주민들이 경마장 이전계획을 알게 된 것은 지난 4월. 이미 2010년 용산구청의 허가로 추진된 내용이지만 신설이 아닌 이전이라는 이유로 공청회, 설명회 등의 과정을 거치지 않아 주민들에게 뒤늦게 알려졌다. 주민들은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2개월도 채 되지 않는 기간에 1만 명의 반대서명을 모았지만, 용산구청장이 주민과의 대화를 거부하는 등 난항을 겪고 있다.
특히 교정에서 경마장이 지척에 보이는 성심여중·고는 걱정이 태산이다. 학교 측은 가까울 뿐 아니라 규모가 확장되고 교통여건이 좋아진 경마장에 이용객이 증가하면 지역에 미칠 파급은 현재보다도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교육환경 악화와 더불어 등·하굣길의 안전도 보장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한 한국교회 역사를 증언하는 옛 신학교 성당과 생활관에서도 경마장이 지척에 보여 순례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성심여중·고 교장 김율옥 수녀는 “사행성을 조장하는 이 큰 건물의 영향력은 교육환경에 악영향을 끼칠 뿐 아니라 한국교회의 역사성·상징성을 지닌 사적도 훼손하는 일”이라며 “모든 신자들이 함께 기도하고 뜻을 모아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서울 성심여중·고교 인근 대형 화상경마장 이전 예정에 주민·신자 우려
“우리 아이들 학교가는 길에 왠 ‘경마장’?”
발행일2013-06-30 [제2852호, 7면]
▲ 주민대책위원회가 반대서명 1만명을 달성,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