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태가 ‘봉사 좀 같이 합시다’하면 ‘바쁘다’, ‘시간 없다’ 등 여러 핑계로 빠져나가기 일쑤고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형제자매들의 모습이 많이 눈에 띕니다. 우리가 기꺼이 봉사직을 수락할 때 ‘천상에서도 잔치가 열린다’는 말씀으로 어른들이 축하해주십니다. 이 얼마나 기쁘고 보람된 일입니까.
흔히 ‘기도와 봉사는 공짜가 없다’고들 합니다. 물론 어떤 보상을 바라서가 아니지만 우리들이 하느님의 은총 안에서만 살 수 있다면 축복된 삶이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글을 쓰다보니 몇 년 전 일이 생각나 저의 경험을 잠시 고백해볼까 합니다.
본당에 신부님이 부임하신 후 첫 번째 본당행사로 소공동체(구·반장) 단합대회를 갖고자 현장답사를 수락산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현장에 답사가기 전날, 저는 감기몸살로 몹시 앓고 있었던 상태여서 함께할 기력이 되지 못했지만 총회장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다해야했기에, 신부님과 상임위원들과 함께 현장답사를 떠났습니다.
장소를 물색하고 하산하던 길에 큰 바위가 있는 절벽을 통과하게 됐습니다. 그 바위 가장자리에는 오랫동안 물이 흘러 이끼가 끼어 몹시 미끄러운 상태였고, 바위의 끝은 10여 미터가 넘는 낭떠러지였습니다. 제가 그 바위를 넘어가던 중, 물길에 그만 미끄러지고 말았습니다. 저는 ‘꽝!’ 소리와 함께 기절하고 말았으며, 같이 가던 일행들도 바로 옆에서 숨을 죽이며 말 한마디 못하고 ‘아이쿠! 총회장님 이제 죽었구나!’하는 생각을 하는 찰나, 천만다행으로 바위 끝에 서있던 소나무 한 그루에 몸이 걸려 절벽으로 떨어지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간신히 돌아와 병원에서 진단한 결과, 갈비뼈가 여섯 대나 금이 가는 중상이었지만 그 상황에서도 살아날 수 있었음은 오로지 하느님 도움의 은총 덕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주님의 자애로움에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하느님의 현존하심을 저와 여러분은 꼭 믿어야합니다. 나 자신을 위함이 아닌, 교회를 위해 또한 형제자매들을 위해 봉사하고 희생하는 여러분에게 하느님의 축복도 함께 하시리라고 굳게 확신합니다.
부활의 신앙을 믿는 우리들은 주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매순간 생활 안에서 체험하고, 신앙의 증인이 돼 사랑 자체이신 하느님의 표지가 되고자 노력해야할 것입니다. 우리 모두 부활하기 위해서 순교는 하지 못하더라도, 하늘나라에 공덕을 쌓는 일은 게을리 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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