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교구가 설정 50주년을 뜻깊게 보내기 위해 많은 공을 들여 선정한 ‘참여, 쇄신, 소통’의 핵심 가치와 50개 핵심과제들이 자칫 구두적인 선언으로만 머물게 되지 않을까 우려도 하고 있다. 지난 50년 동안 한국교회가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가르친 친교의 교회로서 진실한 쇄신 노력을 기울이기 보다는 실제, 이전의 교계제도 우위 구조가 온존되는 현상유지 자세를 장기간 고수해온 것처럼 말이다. 핵심가치와 과제들이 실제 교구 정책으로 채택돼 가시적이고 체감적인 결실을 맺기 위해선, 성직자 계층이 지금까지 누려온 (기득권적인) 기존 위치와 역할 유지가 더 이상 가능하지 않게 될 경우를 상정할 수 있는데, 지도층이 이러한 사태 추이 과정을 과연 허용하게 될 것인지 하는 의구심이 떠나지 않는 것이다.
또한 21세기 내지 제삼천년기의 시대 상황 안에서 수원교구는 한국교회 제2교구로서의 위상에 부응하는 범 세계교회적인 과업 또한 수행하도록 요청받고 있다. 그러나 우리 교구가 새로운 50주년을 향한 진로를 설정하는데 있어서, 다른 교구들과 나아가 외국교회 내지 보편교회 안에서의 위상을 고려하면서 시대적 역할과 과업을 모색하려는 노력이 명시적으로 표출되고 있지 않음을 못내 아쉽게 여기고 있다.
논자는 한국교회의 미래는 많은 다른 지역교회와 보편교회 지도자들이 들어 알고 있는 것처럼 장밋빛 일색으로 보지 않는다. 1990년대 이래 우리 교회 안에서도 서구교회를 관통한 세속화 조류와 유사한 조류가 형성돼 도도하게 흐르는 중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1970~1980년대를 지나 괄목할만한 성장을 급격히 이루면서, 한국교회는 1990년대 이르러 사회 주류 종교의 위치로 올라서기에 이르렀다. 대도시 교회에서는 지성인과 학생층을 주축으로 한 입교 희망자들이 벅찰 정도로 밀려드는 한편 중산층들이 교회 안에서 차지하는 수적 비중이 점차 높아지면서 재정적 자립을 이루는 사이, 대사회적 자신감과 대내적 자족감이 부지불식간에 교회 지도층 안으로 스며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금세기에 접어들면서 입교자는 두드러지게 감소하고 ‘냉담 신자’들이 증가하고, 청소년 계층의 신앙생활 약화가 심각하게 체감되는 가운데, 교회의 고령화 과정이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다.
우리 교회는 오늘날 성숙과 발전 아니면, 쇠퇴와 고사의 기로에 서 있으며, 지도층의 역사적 결단이 절박하게 요청되는 시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교회 안에서 위기를 가리키는 적신호가 여기저기서 켜지고 있음에도 변화와 쇄신을 도모하려는 진실한 의지나, 현상유지의 구태의연한 자세를 과감히 탈피하려는 결기가 어디서도 느껴지지 않는다고 본다.
논자는 교구가 선정한 핵심과제들이 ‘쇄신, 참여, 소통’의 핵심 가치의 정신에 따라서 광범하면서도 심도 있는 연구 작업을 거쳐 사안별로 교구 정책으로 채택되고 실행에 옮겨져, 교구를 성장하고 발전시키는 풍성한 결실을 맺을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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