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 마당에서 약 10m 떨어진 교육관 1층 문을 열고 들어서자 사방 벽면에 가지런히 정리된 책들이 눈에 들어온다. 일반 가정집 서재 같기도, 카페 같기도 한 이곳 각 방에는 3~5명의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책 읽기 삼매경에 빠져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 찜통 같은 밖과 달리 시원한 에어컨 바람이 솔솔 불어온다. 저절로 머물고 싶어지는 곳이다.
지난 6월 29일 처음 문을 연 서울 발산동본당(주임 이종남 신부) ‘행복열림 북카페’ 모습이다. 본당 선교분과가 주축이 돼 마련한 북카페는 새로 매입한 교육관 건물을 의미 있게 활용하는 방안으로 시작됐다. 또 본당 지역 문화사목의 일환으로서 신자, 비신자 구분 없이 모두에게 개방했다. 개관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본당 신자들을 비롯한 지역 주민들의 반응은 뜨겁다. 평일에는 50~70명이, 주말에는 100명 이상이 북카페를 찾는다.
가정집을 리모델링해 도서관으로 새롭게 꾸며진 북카페 책장은 본당 신자들이 채웠다. 본당 신자들은 지난 2월부터 약 1만여 권의 책을 기증해 북카페 만들기에 동참했다. 본당은 그 중 8000권을 선별해 성인(시, 소설, 에세이), 어린이(동화, 위인전), 신심서적(성경, 성인전), 다큐멘터리(예술, 역사), 영어(학습, 영어동화) 등 5종으로 분류해 비치했다.
아울러 본당은 주변에 발산 초등학교, 화곡 중·고등학교를 비롯해 18개의 학교가 있다는 점에 착안, 북카페를 특별히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책 읽는 공간으로 꾸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일주일에 3번 이상 북카페를 찾는다는 중학생 김유빈(라파엘라·14)양은 “학원가기 전 잠시 남는 시간을 이용해 북카페에 들렀다”며 “성당이 학원과 학교 근처에 있어 자주 찾게 된다”고 말했다. 학부모로서도 북카페는 반갑기만 하다. 위귀순(카밀라·39)씨는 “집에 소장하고 있는 책은 한정적인 데 비해 이곳에는 많은 사람이 기증한 다양한 책을 접할 수 있어 유용하다”며 “쾌적한 환경에서 책 읽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 앞으로 자주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본당은 ‘쿠키 데이’, ’아이스크림 데이‘ 등의 행사를 마련해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보다 활발한 북카페 이용을 이끌어낼 계획이다.
본당 주임 이종남 신부는 “지역주민 모두에게 열려있는 북카페는 특별히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책 읽는 분위기를 만들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삶과 신앙의 지혜를 맛볼 수 있는 행복 열림 북카페가 2호점, 3호점으로 계속 이어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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