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당이 신설된다는 것은 신자들 뿐 아니라 사목자의 입장에서도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큰 기쁨입니다. 특히 교구장 재임 시절에는 한 본당 한 본당 설립될 때마다 자녀가 탄생할 때 부모가 느끼는 것과 같은 기쁨을 느꼈지요. 수많은 준비와 걱정 등을 딛고 수많은 노력들이 합해져 영근 매우 귀한 터전이기 때문입니다.
본당 설립은 말로 발표를 한다고 그저 ‘되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굳은 의지를 갖고, 여러 가지를 따져보고 치밀한 계획을 세워 하나하나 채워가는 것이지요. 게다가 성당 부지가 전혀 없는 계획도시 안에서는 본당을 신설한다거나 분할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그 지역에 거주하는 신자들을 외면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늘 깨어 방법을 찾아야 하지요.
예를 들어 관할 지역 내에서 성당을 지을 땅을 마땅히 확보하지 못한 본당에는, 성당부지를 마련할 돈을 미리 준비하고 있으라고 당부 했었습니다. 처음에는 상가 등을 임대해 지내더라도, 때가 되면 성당을 지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것이기 때문이었지요. 성당을 지을 의지를 갖고 미리 준비를 하고 있으면, 기회가 왔을 때 부지를 마련하고 성당을 지어 올릴 수 있지만, 준비가 미흡하면 정작 기회가 찾아와도 쳐다보고만 있어야 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우리 교구가 처음 서울대교구에서 분리될 때는 시골 교구, 작은 교구라고 불리고 실제 재정적으로도 운영의 어려움이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교구 관할 지역이 급속도로 변화, 발전하면서 각 본당들도 꾸준히 성장하고, 교구 또한 안팎으로 큰 변화를 이끌게 되었지요. 즉 교구 설립 초기에는 교구를 넘어선 큰 비전을 갖고 교구 전체가 움직이기에는 어려운 면이 많았지만, 이후 우리 교구는 한국교회 안에서는 물론 나아가 전 세계교회에서 펼쳐나갈 큰 역량도 다지게 되었습니다. 어린아이일 때의 생각과 어른으로 성장했을 때의 생각이 다른 차이점과 같다고 할까요. 이제 우리 교구도 큰 어른으로 성장했기에, 세계 각 교회와의 연대를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이뤄가며 복음화에 힘쓸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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