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을 지나는 765kV 초고압 송전탑 건설을 둘러싼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밀양 주민들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비율이 전쟁을 겪은 사람들보다 훨씬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 적절한 사목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천주교인권위원회를 비롯,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등 9개 시민단체로 이뤄진 ‘밀양 송전탑 인권침해조사단’(이하 조사단)은 3일 오후 서울 동교동 가톨릭청년회관 <다리>에서 열린 ‘밀양 765kV 송전탑 인권침해조사 보고회’에서 충격적인 결과를 내놓았다.
조사단이 밀양지역 주민 7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건강권 침해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 중 고위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증상을 보이는 이들은 69.6%에 달했다. 이는 일반 인구에 비해 4~5배, 전쟁이나 내전을 겪은 이들에 비해서도 훨씬 높은 수치다.
심지어 9·11 사태를 겪은 미국 시민들(15%)에 비해 4배, 걸프전 당시 포로가 됐던 미군(48%)을 넘어서는 증상 유병률이며,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51%)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또, 우울증 고위험군은 17.7%, 불안장애 고위험군은 30.4%, 공포 장애 고위험군은 29.1%로 조사됐다. 이는 국내 노인 인구 평균에 비해 1.4~1.5배 정도 더 높은 수치며, ‘죽고 싶은 생각이 든다’라는 문항에 ‘꽤 심하다’나 ‘아주 심하다’고 응답한 이들의 비율도 31.7%에 달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송전탑 건설에 따른 갈등으로 인해 심각한 정신·심리적 피해와 신체적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더 큰 문제는 이러한 피해에 대해 적절한 대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상황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천주교인권위원회 김덕진 사무국장은 “주민들과의 합의 없이 공사 재개 등과 같은 상황이 발생할 경우, 주민들의 피해 정도가 깊어질 뿐 아니라 극단적인 행동을 포함한 파국적 상황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면서 “교회 안팎의 뜻있는 이들이 마음을 모아나갈 때 세상의 가장 그늘진 곳에 희망을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밀양 송전탑 인권침해조사단, 주민들 대상 ‘건강권 침해 실태’ 발표
밀양주민, 고위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지역민 79명 대상 조사 실시
대상자 69.6%, ‘…장애’ 심각
美 9·11사태 체험자 4배 수준
우울증·불안장애 등도 나타나
심각한 정신·심리적 피해 발생
적절한 사목적 대책 마련해야
발행일2013-07-14 [제2854호, 7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