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저 아이가 간을 주겠나 했어요. 너무 슬프고 가슴이 미어지고 답답하고 미안해요. 처음에는 비용 때문에 수술을 안 받으려 했는데, 살려니 여기까지 왔네요.”
어머니 이희자(수산나·53·수원교구 광교본당)씨가 떨구는 눈물에 딸 한진화(율리아나·28)씨가 얼른 ‘엄마가 내 옆에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위로한다.
진화씨는 올해 1월, 어머니 이씨에게 간을 이식했다. 이씨의 C형간염이 간경화로 번져 심각한 상태가 됐기 때문이다. 1996년 사기를 당해 극심한 스트레스로, 아버지 한상수(예비신자)씨가 뇌출혈로 쓰러졌을 때도 병수발과 집안 살림을 책임졌던 어머니. 찜질방에서 세신과 청소, 식당 등 고된 일을 전전하면서도 두 딸을 가르치기 위해 애썼던 강한 어머니였다.
“아버지가 뇌출혈과 뇌졸중으로 쓰러지셔서 반신마비가 되셨어요. 언어장애도 심각하고요. 어머니가 17년 동안 아버지를 간호하시면서 돈을 버셨는데, 어머니마저 아프시니 많이 속상해요.”
현재 진화씨의 가족은 대출을 받아 보증금 1000만 원에 월세 25만 원을 내고 임대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4000만 원이 넘는 어머니의 수술비와 병원비 또한 급한 대로 진화씨가 일부 대출을 받아 충당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이식수술 후에도 입·퇴원을 반복하며 투병 중이다.
그동안 이씨는 질곡의 삶을 살아왔다. 어려서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다른 사람의 집에서 자라난 그는 최근에서야 자신의 성(姓)과 형제를 찾기도 했다. 곧이어 아버지의 병수발과 집안의 생계까지 맡아왔던 어머니를 이제는 편안히 모시고 싶었는데, 계속해서 병마와 싸우고 있는 어머니를 보면 딸의 마음은 아프다.
지난해 세례를 받고 신앙을 만난 것이 모녀에게 남아있는 한 줄기 희망이다. 삶과의 끊임없는 전쟁 속에서 유일하게 평화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 성당이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성당에 다니는 신자들의 묵주기도와 성모신심이 좋아보였다고 말한다. 이씨가 말했다.
“서울성모병원 입구에 놓인 성모상을 보며 늘 인사를 드려요. 성당을 자주 못 가는 것이 늘 마음에 걸리는데, 치료해주셔서 빨리 성당에 나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기도하기도 하고요. 저 때문에 고생하는 딸이 안쓰럽고 불쌍합니다. 빨리 시집도 보내야하는데 걱정스럽기만 해요.”
딸이 어머니의 손을 잡고, 어머니가 그런 딸을 쳐다본다. 어머니에게 자신의 간을 선뜻 내어준 딸, 모녀 사이의 온기가 느껴지는 듯하다.
※성금계좌※
우리은행 702-04-107881
농협 703-01-360446
국민은행 801301-01-584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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