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년 넘게 광주 금호동본당(주임 고재경 신부) 신자들의 나눔 및 휴식의 공간으로 자리 잡은 도서실에는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신국론, 성인전을 비롯해 문학 작품들과 만화까지도 책장에 가지런히 꽂혀있다. 잘 읽지 않는 책들은 책장 위쪽에, 인기 있는 책들은 찾아보기 쉬운 쪽에 배치한 배려도 눈에 띈다.
도서실 운영은 상지회(회장 박행원)에서 맡고 있다. ‘하늘의 큰 지혜를 받아들이라’는 이름의 상지회는 도서실을 신앙생활을 하는데 도움이 되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회원들은 매달 둘째 주 목요일 회합을 통해 요일 봉사자를 정하고, 도서 구입 및 등록 작업을 한다. 이 밖에도 도서실 앞 게시판에 전례력에 맞는 성화와 말씀을 걸어놓거나, 신자들에게 유익한 기사들을 스크랩하고, 본당 월보인 ‘보금자리’에 추천도서를 선정하는 등 활동도 하고 있다. 또한 일 년에 두 번씩 도서전시회를 통해 도서실에 관심 없던 신자들의 발걸음을 유도하고 있다.
도서실에 가득한 양서들은 역대 주임 신부들과 신자들이 기증한 책들 중 고르고 골라 선정됐다. 이 중에는 이제 더 이상 구할 수 없는 책들도 있다. 이런 책들이 없어지거나 파손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도 상지회의 일이다.
금호동본당 도서실은 현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가 금호동본당 주임신부로 재직 중이던 2002년에 세워졌다. 자신이 소장한 도서들을 기증해 도서실을 만든 김희중 대주교는 어린이 미사 전에 아이들을 기다렸다. 그 결과 어린이 미사 한 시간 전부터 아이들이 도서실에 찾아와 책을 빌려 보고 자리가 없어 도서실 밖에서도 책을 읽는 풍경이 펼쳐지곤 했다. 세례 받지 않은 친구를 데려와 같이 책을 읽다가 세례를 받게 한 초등학생도 있었다. 그때 초등학생들이 지금 고등학생이 됐지만 여전히 도서실은 그들에게 한결같이 열린 공간이다.
도서실 한쪽에는 차를 타서 마실 수 있도록 준비돼 있다. 아이들을 위한 사탕도 마련돼 있다. 미사 전후로 열리는 도서실이 본당 신자들에게 편안한 나눔의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한 배려다.
상지회장 박행원(루시아)씨는 “상지회 봉사를 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가족과 친지들에게 책을 권하게 된 점”이라며 “도서실에 와서 책 제목만 보더라도 하느님과 가까이 되는 계기가 마련되니 많은 분들이 우리 도서실을 이용해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본당 주임 고재경 신부는 “성인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알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면 더 알게 된다”며 “우리 도서실이 신자들에게 하느님을 더 잘 알고 더 잘 사랑하도록 돕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봉사해 주시는 상지회 회원님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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