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나눔을 통한 소통의 인성교육을 몸소 실천하는 교장 선생이 있다. 제주교구에서 운영하는 신성여고 교장 남승택 신부다.
남 신부는 3학년 학생들이 자기 소개를 통해 현재 모습을 정리해 보고 자신의 능력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면서 꿈을 키워 나가는 시간을 갖도록 한다. 또한 학생들이 학교의 주체로서 느끼는 점을 다른 친구들과 서로 공유하며 친교를 나눌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학생들과의 개인 면담을 5년째 하고있다.
남 신부는 2004년 제6대 교장으로 취임, 2006년에는 노형본당 주임으로 소임을 옮겼다가 다시 2011년 교장으로 재부임했다. 처음 교장으로 부임 당시 남 신부는 인사말을 통해 “공부라는 험한 언덕길을 기쁜 마음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학생들을 보살피고 사제단의 일원으로써 주님의 뜻에 따라 소임을 완수하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면담은 3학년 부장교사와 협의, 아침과 저녁 자율학습 시간을 이용해 교장실에서 이루어진다. 2~3명씩 조를 짜서 다과를 나누며 화기애애한 속에서 상담하고, 만남의 시간 동안 나눈 이야기들을 정리해 상담 학생 모두에게 사진이 첨부된 편지를 보낸다. 3학년 학생이 10개반 400명이니 5년 동안 2000명을 면담한 셈이다. 올해 면담한 편지는 곱게 코팅해서 지난 3일 종례 시간에 담임 교사를 통해 전달했다.
학생들과의 면담 주제는 지극히 평범하고 일상적인 것들이다. 공부 때문에 힘들 때 어떻게 극복하는지, 대입고사가 끝난 후 가장 먼저 하고싶은 일이 무엇인지, 또는 졸업 후 어떤 이성과 사귀고 싶은지도 자주 묻는 질문이다. 또 자신에게 영향을 준 책이나 장래 직업도 중요한 대화 주제이고 자신의 장점을 5개 이상 말해 달라고 주문하기도 한다.
남 신부가 면담을 통해 기대하는 효과는 우선 학생들과의 원할한 소통이다. 각자의 꿈에 대해 이야기함으로서 학교 생활에 활력과 동기를 찾아주고, 학생들의 소박하지만 실감 나는 의견들을 수렴해 학교 운영에 반영하며, 대화 후에는 희망과 격려의 메시지를 담아 편지를 전해줌으로써 학생들이 미래를 향한 진취적인 희망을 일깨워준다.
종종 졸업한 학생이 편지를 들고 찾아오기도 하고, 외국 유학 간 학생이 유학 생활이 너무 힘들 때 남 신부가 써 준 편지를 읽으면서 용기를 얻고 있다고도 한다. 남 신부는 “2000명 학생들에게 보낸 편지를 혼자 간직하기엔 너무 아쉬워, 책으로 엮어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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