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렸을 때 부모님은 내게 편안한 안식의 품이었고, 기댈 언덕이었으며, 든든한 보호막이었다. 동네 언덕에서 연을 날리다가 배가 고프면 우리 집을 쳐다보곤 했다. 초가집 굴뚝 위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면 어머니가 밥을 짓고 있다는 신호였다. 그 신호는 나와 형제들을 행복하게 웃게 해주는 신호이기도 했다.
형제 중에서 유달리 몸이 약해 병치레가 잦았던 나는 부모님의 지극 정성으로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었다. 내가 앓아누웠을 때, 밤새도록 뜬 눈으로 나를 간호하고 지켜주시던 아버지와 어머니의 사랑이 가슴이 시리도록 그리워진다.
사춘기 시절, 크게 방황하지 않고 세상의 유혹을 잘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항상 일과 후에 집에 와서도 책을 읽고 공부하며 성실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아버지의 모습과 자녀들을 위해 이른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헌신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나 스스로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겠다는 다짐을 한 덕택이다.
스스로 가정을 꾸리고 살아오면서는 수많은 이웃들의 기도와 격려, 지지를 받으며 살아왔다. 우리 가정을 위해 매일 기도하는 부모님과 어르신들, 신부님들과 수녀님, 수사님들, 언제나 나를 믿고 지원하고 따라준 많은 이웃의 덕으로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그분들 중 일부는 이미 주님의 곁으로 가시고 나는 어느덧 그분들처럼 나의 가족들과 이웃을 위해 주님께 기도하고 봉사할 나이가 됐다. 나는 오늘도 나 스스로에게 질문을 한다.
나는 과연 가족에게 무엇인가? 나는 아내와 자녀들의 든든한 울타리요, 안식처인가? 나는 내 이웃에게 무엇인가? 내 이웃이 힘들 때, 나는 이웃의 손을 잡아주고 있는가? 이웃이 울고 있을 때, 나는 외면하지는 않았는가? 아내와 자녀들이 또는 내 이웃이 나를 필요로 할 때, 나는 바쁘다는 핑계를 대지 않고 곁을 지켜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됐는가?
주님, 오늘 하루도 저를 가족과 이웃을 위해 내놓을 수 있게 해주소서! 굶주린 이웃에게는 ‘밥’이 되고, 절망한 이웃에게는 위로와 희망이 되고, 지쳐 쓰러진 이웃에게는 딛고 일어날 수 있는 받침대가 될 수 있게 해주소서!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