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촌본당 ‘치유의 미사’, 서로의 아픔 위로하며 안식 찾아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사제가 강론 가운데 도종환 시인의 시 ‘흔들리며 피는 꽃’을 읊자 신자들이 숙연해진다. 18일 오후 7시30분, 성남대리구 퇴촌본당(주임 김대우 신부)의 ‘치유의 미사’ 시간. 가슴 한 편 아픔을 갖고 살아가는 서로를 위해 조용히 기도하는 시간이다.
치유의 미사는 경기도 양평에 위치한 본당의 지역적 특성상 요양하는 이들이 이곳을 주로 찾는다는 점에 착안, 올 1월 마련됐다. 매달 셋째 주 목요일 봉헌되는 이 미사에는 수술 전후의 사람, 항암치료자뿐 아니라 인간관계 때문에 정신적 고통을 받는 이들도 찾아온다.
▲ 퇴촌본당 ‘치유의 미사’에 참석한 신자들이 서로를 위로하는 모습.
“암 투병 중에 요양하러 이곳을 찾았다가 퇴촌본당에 치유의 미사가 있다고 들어 찾아왔어요. 신자들과 함께 기도를 하니 힘이 나고 믿음이 깊어져요. 병을 고쳐달라고 기도하지 않고, 병을 고칠 수 있게 용기를 주신 주님께 감사드린다고 기도해요.”
전례 안에서 이뤄지는 그리스도의 위로를 만나기까지는 본당 각 구역장・반장들의 노고가 컸다. 인근 요양병원 환우뿐 아니라 가정을 방문해 도움이 필요한 교우들을 찾아낸 것이다. 본당 신자들이 함께하는 기도는 환우들에게 큰 용기를 줬다. 그들의 눈에 눈물이 가득 찼다. 더 이상 외롭지 않아 고마워 흘리는 눈물이다.
사제가 미성으로 조용히 시를 마저 읊었다.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오혜민 기자>
선부동성가정본당 무료경로식당 ‘사랑나눔터’, 어르신 위한 맞춤 식사 제공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먹어라. 이는 너희를 위하여 내어줄 내 몸이다.”
성체성사의 신비로 일치를 이루는 그리스도인은 ‘먹는 것’에서 ‘나눔’을 배운다. 그리스도의 가르침에 따라 먹음으로 나눔을 실천하는 곳이 있다. 안산대리구 선부동성가정본당(주임 인진교 신부)의 무료경로식당 ‘사랑나눔터’다.
“여기 음식이 제일 맛이 있어요. 인사도 잘하고 어르신을 잘 모시니 멀리서도 찾아오지요.” 사랑나눔터를 찾은 박중호(72)씨가 입이 마르도록 칭찬을 늘어놨다.
▲ 선부동성가정본당 무료경로식당 ‘사랑나눔터’ 봉사자들.
이곳에는 흰 쌀밥이 나오지 않는다. 어르신들의 영양을 위해 잡곡밥을 준비하고, 맵고 짠 음식을 피하며, 전문영양사가 준비한 신선한 재료로 부드럽게 조리된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먼 지역에 사는 어르신들에게 배달하기 위해 음식을 도시락에 담은 후, 찾아오는 이들을 위한 배식을 시작한다. 도시락에는 어르신의 식사량과 입맛에 따라 밥과 반찬의 양을 조절할 수 있도록 메모가 적혀있다. 어르신만을 위한 맞춤 도시락이다.
“집에 있으면 심심하지만 여기 오면 말벗도 있고 웃을 수 있지.” 담소를 나누던 김상근(요아킴·85)씨가 웃었다.
선부동에 자리한 지도 올해로 2년째, 사랑나눔터는 단순히 음식을 제공하는 곳이 아니라 홀로 지내는 어르신들이 적적함을 잊고 위안을 찾을 수 있는 공간이 됐다.
배식을 하며 밝게 인사하는 봉사자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좋은 일을 하니 절로 웃음이 나온다”며 부지런히 움직이는 봉사자의 모습에서 빵이 아니라 사랑 그 자체를 나눠주신 그리스도의 모습이 느껴졌다.<이승훈 기자>
성필립보생태마을 ‘생태피정’, 자연 안에서 행복 찾기
인간은 자연을 통해 ‘사랑’을 배운다. 자연이 우리 삶의 터전임과 동시에 생활에 필요한 모든 자원을 제공해준다는 사실만으로도, 인간이 자연이 주는 무한한 베품 속에서 살고 있음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은 도시를 벗어나 자연과 가까워졌을 때 더 깊이 느낄 수 있다.
20~21일, 강원도 평창 골짜기에 위치한 성필립보생태마을(관장 황창연 신부)에서 ‘행복한 가정 대화’ 프로그램을 통한 생태피정이 열렸다. 황창연 신부가 생태피정을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모든 것의 기본은 ‘행복’입니다. 우리는 아름다운 자연 안에서 가장 안정되고, 제일가는 ‘행복’을 찾을 수 있지요.”
▲ 성필립보생태마을이 개최한 ‘행복한 가정 대화’ 프로그램에서 할머니와 손녀가 떡메를 치고 있다.
할머니 이영애(리타)씨와 함께 온 양해인(유리엘)·해윤(벨리나)양이 고사리 손을 보태 떡메를 친다. “자연은 그 자체로 아름답고 예뻐요. 직접 우리 손으로 나무와 풀을 만져보고, 먹을거리도 만들어 보니 재밌기도 하고, 더 맛있는 것 같아요.”
피정객들은 자연을 온몸으로 보고, 듣고, 맛보고, 느끼면서 아무 조건 없이 모든 것을 내어주는 자연의 가치를 새삼 인식하게 됐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과 어우러진 오늘 하루가 반갑고 감동스러워요. 앞으로 편하고 좋은 것만이 아닌 자연을 위하는 삶을 살고자 노력할 겁니다.”
황 신부는 짧은 시간이지만 피정기간 동안 마련된 자연과의 자연스러운 소통이 가족, 이웃 간의 이해와 대화, 사랑에까지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했다.
“많은 이들이 생태피정을 통해 긍정적 생각과 감사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하더군요. 자연 속에서 오랜만에 가족과 이웃 간 대화의 장을 열고, 서로 소통하며 사랑하는 계기를 마련해보시길 바랍니다.”<이우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