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묵크로키를 그리는 석창우(베드로) 작가는 자유롭다. 움직이는 사물을 재빠르게 잡아내 작품의 제작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의수(義手)를 통해 화선지에 그림을 그리는 터라 두 팔에서 자유롭다. 그의 작품 대부분이 퍼포먼스를 통해 이뤄지는 이유다.
1984년, 전기공사를 하다 2만2900V의 고압전기에 감전돼 두 팔을 잃은 그는 아빠에게 그림을 그려달라는 아들을 보며 낙심할 새도 없이 의수에 펜을 잡았다. 미술과는 거리가 멀었던 그가 화가가 되는 순간이었다.
그림을 배워보라는 처가식구들의 권유에 그는 여태명 교수(원광대 서예문화예술학과)와 만나 서예를 시작한다. 이후 누드크로키를 통해 처음 ‘크로키’를 접한 그는 수묵으로 찰나를 잡아내는 수묵크로키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운동선수들에게 관심이 가더라고요. 나가노 올림픽에 출전한 미셸 콴 선수의 움직임에 사로잡혀서 동계올림픽 종목의 움직임들을 잡아내기도 했지요. 아직도 김연아, 손연재 선수 등 스포츠의 환상적이고 역동적인 부분들을 크로키로 옮기고 있어요.”
그는 운동선수들의 움직임과 무용 동작 등을 크로키로 옮기는 이유로 ‘사고 후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하는 탓에 마음이 동적인 부분을 쫓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그가 사고 후에 만난 것은 그림뿐만이 아니다. 신앙을 만난 것이다.
12번의 대수술을 하며 매번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한 그다. 당시 대세를 받았던 그는 병원에서 퇴원한 후, 서울 독산동성당을 찾아가 교리교육을 수료하고 세례를 받았다. 그는 작품을 그리며 마음에 와 닿는 성경구절을 종종 쓰기도 한다.
“퍼포먼스를 하면서 성경구절을 작품에 쓰면 관객들이 그것을 보고 하느님을 느낄 수 있잖아요. 몸으로 말씀을 전파하는 것이지요. 전 사고 후의 삶이 더 행복하고 즐거워요. 생각을 바꾸면 무엇이든지 받아들일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는 그동안 개인전 36회를 열었고, 세계를 순회하며 퍼포먼스를 진행하는 유명한 화가가 됐다. 평창 동계올림픽 실사단에게 퍼포먼스를 보여주기도 했고, 태권도 동작을 그린 작품 2점은 IOC 박물관에 소장되기도 했다.
7월 28일~8월 4일 그는 서울 여의도 KBS 시청자광장 중앙무대에서 ‘달리면서 그려내는 오선지의 화음’을 주제로 전시를 열고, 7월 28일 오후 4시 수묵크로키 시연을 진행할 예정이다. 전시회에는 사물놀이 등 우리나라 전통의 격정적 동작을 그린 작품 ‘한국의 몸짓’ 29점이 전시된다.
“자유롭게 여러 나라를 순회하면서 그들의 문화를 느끼고, 그들의 몸짓을 그리고 싶어요. 제 전시회에 오시는 분들도 자유롭게 느끼고 싶으신 대로 느끼고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하느님께서 계획을 세워놓으시면 저는 그저 동참할 따름인 것 같아요. 그때까지 저는 계속해서 이 여정을 걸어가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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