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한국사회에 가장 절실히 필요한 것은 평화를 위한 기도입니다. 이 기도를 이루기 위한 희생봉헌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묵주알 6만 개, 십자가가 1000개. 이들을 하나로 잇기 위한 철사 고리는 몇십만 번 꼬았는지 헤아리기조차 어렵다. 묵주알을 한 알 한 알 꿸 때마다 같은 지향으로 기도를 봉헌했다. 민족의 화해와 일치, 그리고 세계평화를 위해서였다. 특별히 북한사회의 개방과 남북 교류를 위해 성모 마리아께 지속적인 전구를 청했다. 2013년 10월 13일 ‘신앙의 해’ 개막과 함께 손에 잡은 알알이 묵주알은 7개월 여 만에 5단 묵주 1000개로 탈바꿈했다.
정성용 신부(대전교구 서천서면본당 주임)는 “사제가 되면 통일된 한반도 가장 가난하고 소외된 지역에서 사목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소망했지만, 남북 화해와 일치의 날은 갈수록 지연되어 왔다”며 “첫 마음을 잃지 않기 위해 묵주를 엮어 봉헌한다”고 밝혔다.
긴긴 묵주기도 시간은 그야말로 ‘죽기 살기’와도 같은 시간이었다. 육체적으로는 매우 고통스러운 작업이기 때문이다. 평일이면 7~8시간씩 이어간 묵주 만들기. 손가락 마디마디에 찾아드는 통증으로 묵주를 내려놓고 싶은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시력도 급격히 떨어졌다. 하지만 그럴수록 정 신부는 기도 목소리와 손가락에 더욱 힘을 실었다. 바로 지금 하지 않으면 기운이 없어서라도 다시는 만들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묵주알은 영혼의 정화를 소망하는 마음으로, 종교 분쟁이 심각한 이슬람 지역의 백터키석을 구해 사용했다. 정 신부가 1년 동안의 사제생활비 전액을 봉헌해 산 재료들이었다. 대신 매 끼니는 이웃들이 나눠 준 음식 등으로 때우고 절제했다.
이러한 여정들은 오로지 북녘 땅에 성모성당을 봉헌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 하나로 이겨낼 수 있었다. 특히 정 신부는 “물질적 풍요만을 찾아가는 남한과 더욱 더 빈곤의 나락으로 빠져드는 북한의 양극단적인 모습은 더욱 절실한 기도와 평화를 갈구하게 했다”고 말한다.
“물질적 풍요에 매몰된 사회 분위기는 사제들의 삶에서도 신앙과 정신적 가치를 앗아가고 있습니다. ‘신앙의 해’를 보내는 교회의 염원에 함께하며, 부끄러운 마음으로 저의 사제적 삶을 1000개의 묵주에 담아 티 없으신 성모성심께 봉헌합니다.”
정 신부는 앞으로 1000개의 묵주가 신자 개개인의 손에서 기도를 엮어내고, 북녘땅 성당 건립이라는 열매를 맺길 희망한다. 단박에 수천 수억 원의 기부자가 나타나길 바라지는 않는다. 신자들 사이에서도 만연하는 ‘돈’이면 된다는 생각, ‘돈’이 없으면 이룰 수 없다는 생각을 딛고, 하느님께서 전해주시는 희망의 소리를 함께 실천하길 기대한다. 이를 위해 완성된 묵주는 ‘신앙의 해’가 폐막되기 전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에 봉헌, 평화를 위한 기도에 동참할 은인들에게 전달되길 바란다고.
“신자들과 함께 기도한다면 그 힘은 곱절곱절로 커지겠지요. 여럿이 함께 묵주알을 굴리며 정성을 모으면 10년쯤 후 북한에 성당을 지을 만큼의 여력이 모일 것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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