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한 해가 가까워온다, 하루가 멀다 하고 명동성당을 찾은 길이….
김삼영(베드로·71·서울 청담동본당)·김금순(마르타·72)씨 부부의 하루 일과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명동성당을 찾는 일이다. 지난해 10월 11일 ‘신앙의 해’가 선포되기 이전부터 시작한 발걸음이니 300번은 족히 된다.
김씨 부부의 명동성당 순례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뭔가 뜻있는 일을 해보자는데 의기투합하면서 제 길에 들어서게 됐다. 서울대교구 내 3개 본당에서 40년 가까이 사무장으로 재직하다 지난해 정년퇴직한 남편 김씨는 신앙의 해 기간 동안 지정된 성지를 순례하고 정해진 기도를 바칠 때마다 전대사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연옥에 있는 영혼 스스로는 공로를 쌓을 수 없습니다. 연옥 영혼들에게 전대사를 양도하면 하느님 나라도 풍요로워지고 덩달아 지상교회도 더욱 하느님 뜻에 맞갖게 되지 않을까요.”
틈만 나면 전대사를 얻어 연옥 영혼들에게 양도해온 부부는 지난해 신앙의 해가 시작되면서 본격적인 ‘미션’에 돌입했다. 하루도 안 거르고 매일 새벽같이 성당을 찾아 미사를 봉헌하고 나면 부부의 발걸음은 자연스레 명동성당으로 향한다. 하루 네댓 시간은 꼬박 투자(?)해야 하는 미션이다. 그렇게 부부가 매일 한 번씩 얻은 전대사는 고스란히 연혼 영혼들에게 전해졌다.
“이런 마음을 먹고, 또 이렇게 해서 나눌 수 있는 것 자체가 큰 은총이 아닐 수 없습니다.”이런 마음가짐 때문이었을까, 사무장으로 활동하며 얻은 불면증 등 소소한 병들도 어느 새 잦아들고 신앙생활은 더욱 활력을 얻어가고 있다.
“매일 미사를 봉헌하다 보니 어느 새 ‘진심으로 용서하는 마음’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됐습니다. 용서 없이는 은총도 없음을 깨닫게 된 것이 가장 큰 결실인 것 같습니다.”
이뿐만이 아니다. 부부는 시간 날 때마다 각종 기도회와 특강 등을 찾아다니며 바쁘게 지내온 일상 중에 놓친 것들을 되새기는 시간을 갖는다. 오는 11월 24일까지 연옥 영혼들과의 유대를 이어갈 부부는 이미 그 이후의 미션도 계획해놓고 있다.
“은퇴했다고 편하게 남은 삶을 살아간다면 하느님께 미안할 것 같아요. 힘닿는 대로, 하느님과 멀어진 냉담교우를 찾아 나서려고 합니다.”
‘용서’를 온 삶으로 실천하고 있는 김씨 부부는 용서가 얼마나 큰 하느님의 은총인지 들려주는 듯했다.
“기도와 순례, 희생과 자선 등으로 얻게 되는 대사는 연옥 영혼뿐 아니라 세상의 많은 죄인들을 위해 쓸 수 있는 영적 보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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