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2시, 서울 청담동성당 정하상교실. 아버지 요셉을 따라 목수 일을 도왔던 예수처럼, 어린이들이 망치와 사포를 들어 나무공예를 하는데 여념이 없다.
‘예수의 직업은 무엇일까요’, ‘나무의 이로움은 무엇일까요’, ‘나는 자라서 어떤 열매를 맺고 싶나요’ 등 질문과 대답이 오가며, 서울대교구 사목국 단체사목부 가톨릭목공예회(회장 장재덕 바실리오)가 마련한 제1회 가톨릭 어린이목공교실이 이어진다.
“우리 얼굴이 저마다 다르게 생긴 것처럼 나무들의 얼굴과 이름도 모두 달라요. 냄새, 무게, 색깔, 모양 등이 다르잖아요. 자, 이 나무들을 보고 만지고 느껴보세요.”
강사 정유진(프리스카)씨가 측백나무, 향나무, 은행나무 등 여러 나무 조각을 내놓자 어린이들이 몰려들어 나무를 만지고 냄새를 맡는다. 나무를 느끼고 나무의 이름을 알고, 작품으로 예쁘게 다듬어줄 자신을 나무에게 소개하는 중이다. 수업은 ‘아이들과 영감나무’라는 주제답게 나무를 통해 어린이들의 창의력과 영성을 함께 키운다.
‘사포질은 양치질처럼 결 따라’, ‘망치질은 아프지 않게 뚝딱뚝딱’, ‘톱질은 가고오고 쓱싹쓱싹’을 외치며 어린이들이 이날 만든 작품은 손에 쥐는 십자가. 8일과 14일 이뤄지는 목공교실에서는 연필꽂이와 모니터 받침대를 만들 예정이다. 수업에 참가한 정재은(로사·12·서울 청담동본당)양이 말했다.
“나무 만들기는 참 재미있고, 나무를 작품으로 잘 만들고 싶어요. 제가 화살기도를 자주 하는데, 오늘 만든 십자가는 제 방 책상 위에 올려놓고 보면서 열심히 기도할 거예요.”
가톨릭목공예회가 처음 마련한 가톨릭 어린이목공교실은 어린이들이 나무와 함께 주체성을 기르고 교과지식에서는 쉽게 얻을 수 없는 영감을 얻을 수 있도록 했다. 신자와 비신자 관계없이 도심에서 살고 있는 초등학생 3~6학년을 대상으로 나무와의 교감을 통해 환경의 소중함을 알려주려는 것이다. 이번 여름수업을 시작으로 겨울수업을 포함, 매년 2회의 수업을 교구 내 지구별로 실시할 예정이다.
장재덕 회장은 “나무와 끊임없이 대화하며 이끌어가야 하는 목공수업은 빠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나름의 인내가 필요한 과정”이라며 “어린 시절 나무와 꾸준히 교감하며 자연에 관심을 갖다보면 앞으로의 삶의 방향도 그만큼 긍정적으로 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의 cafe.naver.com/cmc04 가톨릭목공예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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