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제국의 경제 구조는 착취적이고 불공평하였다. 전체 주민 중 소수에 불과한 지배 엘리트들이 제국 부의 대부분을 차지하였고,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 민중의 삶은 생존을 위한 일상적 투쟁의 연속이었다. 이 투쟁은 끊임없이 순환적이었다.
로마 제국의 부는 토지의 소유권에 토대를 두었다. 소수의 지배 엘리트들은 토지 생산물의 생산, 분배, 매매, 소비를 체계적으로 통제하였다. 그래서 제국의 경제는 위계질서적이고 과두정치적인 사회-정치적 구조를 반영하는 것이었다. 지배 엘리트들은 세금, 소작료, 대부, 이자, 공물, 매매 등을 통하여 시골 농부, 기술자, 비숙련 노동자들의 생산물을 자신들에게로 재분배하였다. 그 결과 지배 엘리트들은 막대한 부를 차지하여 사치스런 생활 방식을 향유하고 많은 생산물을 소비하였으나, 다수의 육체노동자들은 단지 이러한 불의한 경제 구조를 지탱하는 역할을 할 뿐이었다.
로마 제국의 경제는 토지에 토대를 두고 식량의 생산을 위한 농업에 의존적인 구조를 가졌다. 기원후 1세기 로마 제국의 민중은 식량의 생산, 분배, 소비 등과 같은 매일의 실천적 영역에서 제국의 권력과 마주쳐야 했다. 제국 안에서 살아가는 대부분의 민중에게 있어 삶은 생존과 식량을 위한 끊임없는 투쟁이었다. 제국의 착취적인 정치-경제 체제에서 권력과 부를 가진 이들은 식량을 통제하였다.
식량 체계는 사회 안에서의 권력 관계, 위계질서, 불공평을 표현하였는데 소수를 위한 풍족함과 다수를 위한 결핍의 형태로 나타났다. 사회적 신분에 따라 식량에의 접근 가능성, 음식물의 질, 영양의 수준 등이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났다. 제국의 위계질서적인 사회 안에서 식량은 힘 있는 이와 힘없는 이를 구분하였던 것이다.
로마 제국은 주민들에게 비옥함과 풍족함을 제공한다고 선전하였다. 사실 당시 로마 제국에서는 상대적으로 기근이 드물어서 충분한 식량 공급이 가능했다. 그것은 부유한 지주와 시골 농부들이 기근을 예방하기 위한 전략들을 사용하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농부들은 매매를 위한 여분을 생산하였고, 수확 실패에 대비하고 소작료와 세금을 지불하기 위하여 생산물을 비축하였다. 그리고 이론적으로 지중해 주변에서 생산된 먹거리는 건강에 좋은 것들이었다. 곡물, 올리브, 포도주, 콩 등의 주성분은 활력, 단백질, 비타민 B와 C, 칼슘, 철분 등을 공급했다.
그러나 실제의 상황은 매우 달랐다. 위계질서적인 제국의 현실에서 민중은 일상의 식량을 공급하기 위한 투쟁 속에 살았는데, 이것은 불안정하고 영양적으로 불충분한 식량 공급의 결과를 표현하는 것이었다.
실제로 식량 부족은 흉작, 나쁜 날씨, 분배 다툼, 상인에 의한 투기, 전쟁, 세금 등에 의해 초래되었다. 그리고 식량 부족은 특히 가난한 이들에게서 다양한 질병과 만성적인 영양 부족의 결과를 초래하였다. 심각한 영양 부족은 노동력을 약화시켰고, 그것은 노동자의 소득을 감소시켰다.
그리고 생산물에 대한 이용 가능성, 분배에 대한 통제, 도시와 주변 시골 마을의 관계, 계절에 따른 수확의 변동, 높은 가격, 제한된 저장 창고, 한정된 식량의 범위, 포도주와 곡물의 다양한 품질, 낮은 사회적 신분 등은 실질적인 먹거리의 건강성을 감소시켰다. 그리고 부족한 식량 공급은 영양 부족에 의한 갖가지 질병과 전염병의 원인이 되었다.
특히 도시의 높은 인구 밀집도, 불충분한 하수와 쓰레기 처리, 제한된 물 공급으로 인한 취약한 위생 시설, 불충분한 물 분배, 비위생적인 저장 창고, 공중 목욕탕, 동물의 배설물, 파리, 모기와 다른 벌레들에 의한 감염이 발생하였다.
이와 같이 로마 제국의 착취적이고 불의한 정치-경제 체제, 특히 식량 체계는 불충분한 식량 공급과 절대 다수 민중의 영양 부족이라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이 결핍의 상황은 필연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져서는 안 되었다. 제국의 경제 구조와 식량 체계는 풍족한 식량 공급이라는 하느님의 뜻에 어긋나는 것이었다. 그래서 예수님은 이 불공평한 구조에 도전하셨다.
예수님은 로마 제국의 불의한 식량 분배와는 대조적인, 대안적 사회 체험을 구체화하셨다.
송창현 신부는 1991년 사제수품 후 로마 성서 대학원에서 성서학 석사학위(S.S.L.)를, 예루살렘 성서·고고학 연구소에서 성서학 박사학위(S.S.D.)를 취득했다. 현재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과 성서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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