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손혜자(로사리아·51)씨가 눈물을 머금은 채 아들이 고1때 교복을 입고 찍은 사진을 떨리는 손으로 꺼냈다. 정다운(스테파노·고3), 그 이름처럼 정답고 늠름하고 올곧은 아들, 단 하나뿐인 혈육이다. 다운이의 지금 모습은 사진 속 잘 생긴 아들로 보이지 않는다. 다운이는 뇌 수술 후 약물과 방사선 치료를 받으면서 살이 급격히 찌고 머리카락이 다 빠졌다.
중학교 3년과 고등학교 3학년 1학기까지 전교 1등과 전과목 1등급을 놓친 적이 없는 수재였던 다운이. 초등학교 이후로 아버지와 헤어져 지냈고 어머니는 돌 지나 소아마비를 앓아 직업을 가져 본 적이 없었기에 언제나 가난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수재 소리를 들었던 다운이를 기특하게 여긴 외가에서 외삼촌과 이모의 도움으로 살았다. 어머니와 다운이는 친지들의 도움을 감사히 여기고 음식 1인분을 모자가 나눠먹으면서도 행복하기만 했다.
올 3월 초 고3 진학 후 첫 모의고사에서도 전과목 1등급을 받아 학교에서는 다운이를 ‘서울대생’이나 다름없이 여겼고 지난 겨울방학에는 다운이를 필리핀 어학연수에 보내주기도 했다. 다운이의 꿈이 외교관이기 때문이다.
다운이는 고3 개학을 앞둔 3월 1일 절친한 학교 친구와 함께 서울대를 찾아갔다. 자신이 목표로 하는 정치외교학과를 직접 보고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였다. 그러고 나서 며칠 지나 두통과 어지럼증이 나타났지만 단순한 감기몸살로 여기고 학교생활을 계속했다. 3월 15일 아침, 교복을 입고 등교를 준비하다 주저앉더니 이내 쓰러지고 말았다. 어머니는 다급하게 구급차를 불러 인근 병원에서 응급처치 후 근처 대학병원으로 다운이를 옮겨 종합검사를 받았다. 이후 오른쪽 뇌 수술을 받아 왼쪽 팔과 다리를 잘 못 쓰고 시야도 흐릿해졌다.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며 차마 말이 안 나오는 다운이의 병명을 어렵게 말했다. ‘뇌종양’ 어머니의 입술이 심하게 떨렸다. 상태가 매우 심각하다는 진단이다. 다운이는 “어서 나아서 학교에 돌아가 공부하고 친구들과 뛰어 놀고 급식도 먹고 싶어요”라며 어눌해진 말투로 간절한 소망을 전했다. 그 소망이 절절해 가슴이 아려왔다.
어머니는 자신의 모든 것이자 유일한 꿈이었던 다운이의 치료비를 넉넉하지 않은 친척들에게 도움 받는 것도 너무나 미안해 치료를 포기하고 하느님께만 의지하겠다는 마지막 희망을 표현했다. 어머니와 다운이 모자는 오늘도 서로를 의지하며 꿋꿋하게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있다. 다운이에게 뜨거운 기도와 물질적 도움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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