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미국 시카고대교구의 대주교인 J.L 베르나르딘 추기경이 성추행으로 고소당한 사건, 췌장암 진단과 수술 후의 삶, 간암 진단 후 화학요법을 중지한 투병생활 등 크게 세 가지 사건으로 전개된다. 이 세 가지 사건을 통해 추기경님은 ‘믿어온 것이 무엇인가’, ‘어떤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 왔는가’ 등을 묵상하면서 우리의 삶의 여정에서 깊은 내적 평화를 함께 누리기를 바라신다.
암 선고로 추기경은 우리가 인생을 자기 뜻대로 할 수 없다는 것과 하느님을 전적으로 신뢰하는 것에 대한 중요성을 전한다. 암 선고를 받고 현실을 인정하는 것이 일반사람들은 매우 힘들다고 들었는데, 추기경은 뜻밖에 고소사건이 더 힘들었다고 말씀하시며 한창 건강할 때 기도생활이 몸에 배도록 하라고 당부하신다. 날도 더워지고 의지도 나약해서 기도가 슬슬 뒷전으로 밀려나려고 하는 나의 마음이 조금 찔렸다. 또 간절한 무언가가 없으면 기도가 허술해지는 우리의 나약함이 부끄러워졌다.
간암 선고를 받고도 묵묵히 죽음을 받아들이는 그의 모습과 말에서 자신을 포기하고 버린다는 것의 의미를 조금은 알 것 같다. 추기경은 말한다. 예수님께서 결코 우리의 짐을 없애주겠다고 하신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짐을 지고 갈 수 있도록 도와주신다고. 그 도움을 받아들인다면 죽음을 원수나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라 친구처럼 대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추기경은 “우리가 진정으로 평화를 누리고 있다면 가장 힘들 때에도 우리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 자유를 찾을 수 있으며 비본질적인 것은 포기하고 본질적인 것을 끌어안게 될 것이다. 하느님이 우리 안에서 일할 수 있도록 우리 자신을 비울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 자신이 바로 주님의 도구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나는 과연 조그만 어려움과 시련이 닥쳤을 때, 그것을 이처럼 진정 하느님과 일치하는 시기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직 살면서 큰 고통은 없었지만 자잘한 상처로 이따금 아파하고 흔들리기도 하는 나 자신을 볼 때, 주님은 어떤 맘이 드실까?
이 책은 아마도 비우지 못하고 집착하는 우리의 맘에 고통에서도 선을 끌어내는 하느님의 무한함을 이야기하는 것 같다.
“주님 저를 평화의 도구로 써 주소서.”
“항상 기도하게 이끌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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