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올바른 선택인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교육’은 생명수호의 가장 필수적인 활동입니다.”
세계적인 생명윤리 학자이자 생명수호 운동가로 활동 중인 마리아 루이사 디 피에트로 교수(Maria Luisa Di Pietro)는 도덕적 양심을 갖추기 위해서는 ‘교육’이 지속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인간 삶의 원칙과 가치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하기 위해서는 ‘도덕적 양심’을 우선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사회 기성세대, 특히 부모들은 스스로는 물론 자녀들이 양심과 가치관을 올바로 갖출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은 등한시하는 반면, 단순히 행동 안에서 위험요소를 제거하는 데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피에트로 교수는 예를 들어 “부모들조차 청소년들이 응급피임약을 남용하지 않도록 그릇된 성관계의 문제점과 피임 및 낙태의 위험성 등에 대해 올바로 가르치는 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원치 않는) 임신·출산을 최소화하기 위해 응급피임약의 존재와 사용법을 가르치는데 급급한 모순된 행태를 보인다”고 지적했다.
“교육은 어려운 여정입니다. 게다가 요즘 젊은이들과 대화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첨예한 의견 충돌을 피할 수도 없지요. 하지만 천 명 중 한 명의 사고방식만 바뀔 수 있어도, 한 명의 선택만 도와줄 수 있어도 그 가치는 무한대입니다.”
특히 피에트로 교수는 “젊은이들이 스스로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과연 옳은가’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도록 이끄는 것이 가르침의 목적”이라며 “과거에 비해 현대사회 안에서는 교육하기가 더욱 힘겨워진 만큼 부모들도 자녀를 가르치기 위해 ‘부모를 위한 학교’ 등에서 적극적인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피에트로 교수는 세계여의사회 국제학술대회 및 가톨릭생명윤리연구소(소장 구인회 교수) 특별세미나 발제를 위해 방한한 일정 중, 가톨릭신문과 가진 특별인터뷰에서 이 같은 의견을 역설했다.
피에트로 교수는 지난 1984년부터 전 교황청 생명학술원 원장인 엘리오 스그레치아 추기경 연구 협력자로 활동하며, 생명윤리 관련 전문가로서 역량을 쌓아왔다. 현재는 이탈리아 로마 성심 가톨릭대 의대 생명윤리학과 보건사목신학에 관한 까밀리아눔 대학원 생명과 건강에 관한 윤리학, 혼인과 가정에 관한 교황청립 요한 바오로 2세 대학원 교수 등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이탈리아 국가생명윤리위원회와 이탈리아 주교회의 과학과 생명협회 위원 등으로 활동 중이다. 생명윤리와 건강교육 등에 관한 저술을 300여 편 이상 내놓으며 관련 활동을 활발히 펼쳐온 학자이기도 하다.
그러나 생명윤리학자로서의 활동은 대사회적으로 갖가지 충돌 및 저항과 맞닥뜨리는 여정이기도 했다. 실제 피에트로 교수는 교회 가르침에 따른 생명윤리 관련 법과 정책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곤 한다고.
그는 보다 공정하고 정의롭게 인간을 존중하는 법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것이 실현되지 못했다고 해서 낙담할 이유는 없다고 조언한다. 그리고 “선한 이들이 강조하는 법이 사회법이 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하고, 가톨릭교회는 이러한 행동의 든든한 힘이 되어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법과 정책을 만드는 이들이 다른 이해관계에 호도되지 않고 ‘정의’와 ‘인간의 보편적 가치’를 성실히 지켜내도록, 이성적으로 논증하고 설득하는데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피에트로 교수는 생명윤리를 가르치면서 가장 안타깝게 느끼는 부분으로 일반 대중들은 물론 신자들조차 교회 가르침에 대해 선입견을 가진 현실을 꼽았다.
“불행히도 ‘신앙’과 ‘윤리’는 서로 다른 것이라고 생각하는 신자들을 왕왕 만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교회는 단순히 보살펴주는 ‘엄마’만이 아니라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분명히 알려주는 ‘선생’ 역할에 힘을 실어야 합니다.”
인간 생명과 관련해 겉과 속이 다른 ‘말의 조작’이 늘어가는 실태에 대해서도 피에트로 교수는 일침을 가한다.
이를테면 ‘안락사’라는 표현은 겉을 긍정적인 의미를 담은 단어처럼 꾸며 심리적 안정을 제공하고 있지만, 실제는 자의적으로 사람을 죽이는 끔찍한 행동을 감추는 표현일 뿐이다. ‘응급피임약’의 경우도 마찬가지라는 설명이다. 엄연히 ‘낙태’의 결과를 낳거나 그 위험성을 내포한 행위를 단순한 ‘피임’으로 홍보한다. 때문에 일반 대중들은 더 이상 ‘피임약’과 ‘낙태약’의 의미가 구분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았다.
“언어의 조작은 결국 문화적 독재로 자리 잡게 되지요. 게다가 같은 언어권, 같은 연령대라 할지라도 한 용어를 다른 내용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인간생명과 관련한 모든 활동에서는 정확한 내용과 문제점 등을 제공하는 것이 가장 기본이며, 그것이 현재 신앙인들에게 주어진 큰 소명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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