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신자’라는 타이틀이 내 이름 앞에 붙게 된 지 두 달째다. 수년간 내 대부가 되어 주시겠다고 설득하는 한 열정적인 신자 덕분이다.
‘이 성당(본당)은 왜 한 여름에 예비신자를 모집하지?’라며 썩 달가운 마음이 들진 않았지만, 지금부터 교리반에 참여하면 크리스마스 시즌에 세례성사를 받을 수 있다는 설명에 홀딱 넘어갔다. 고백컨대 크리스마스 때 세례성사를 받는다는 것이 더 멋있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또 평소 미사 참례를 매우 동경했던 터라, 이 참에 가톨릭신자가 되어 자유롭게 미사에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몇 주간이 흐르는 동안 나는 가톨릭신자가 되는 것은 미사참례를 하는 것이라는 단순한 도식을 머리에 담고 지내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신자가 된다는 것에는 은총을 받는 데에 동참할 수 있다는 것뿐 아니라 많은 소명과 의무도 지게 된다는 것을 잘 알지 못했다.
예비신자가 되자 나의 관심은 온통 미사에 쏠려 있었다. 하지만 나를 가장 힘들게 한 것도 미사 참례였다.
지금도 미사 시간이면 순서를 놓치지 않을까 전전긍긍한다. 늘 ‘매일미사’ 책을 곁에 두고 있지만 다른 신자들이 신부님의 말에 응답할 때 나도 무안하지 않게 같이 응답 부분을 읽어나갈 수 있다는 것 정도를 제외하면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 내가 왜 미사에 참례했는지 이유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른 예비신자들은 어떤 지 모르겠지만, 나는 봉사자들에게 질문하는 게 참 어렵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물어봐야 하는지를 잘 몰라 더욱 어렵게 느껴지는 듯하다.
그래서 내가 성당에 다니도록 권유했던 지인에게 미사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봤다.
다른 성당에서는 신부님과 복사들이 제대 옆에서 나오던데 왜 우리 성당에서는 뒤에서부터 걸어오시는지, 성당에는 십자가와 십사처를 세트로 걸어두어야 하는 건지, 성수는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인지, 성체를 나눠주실 때 신부님께서는 뭐라고 말씀하시는지, 신부님께서 팔을 벌릴 때마다 따라하는 신자들이 있던데 나도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인지, 신부님께서 긴 기도문을 읽으실 때는 앉아서 들으면 안 되는지….
그런데 그 지인은 각각의 이유를 설명해주기는 커녕 ‘원래 그렇게 하는 것’이라며, 자꾸 하다보면 익숙해지고 또 열심히 외우기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꾸 수동적으로 미사를 따라가다 보니, 어느 틈엔가 미사가 싫증나는 듯해 기왕이면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에 미사 동작에 대한 자료를 찾아 공부를 했다.
무릎을 꿇거나 손을 벌리고 모으고 올리는 다소 특이한 동작 뿐 아니라, 서 있는 자세와 앉는 자세 등 사소하게 생각했던 것도 모두 깊은 의미를 갖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정말 미사 한 시간 가량이 후딱 지나가는 기분이었다.
신부님께서 미사를 집전하시는 동안 들러리를 선다는 기분도 한 번에 떨쳐낼 수 있었다.
무엇보다 서서 내 마음을 하느님께로 향하게 하고, 무릎을 꿇으며 죄를 뉘우치고, 올바로 앉아 주의 깊게 하느님 말씀을 듣고, 손을 모아 경건함과 겸손함을 표시하는 등의 전례 행위 하나하나의 의미를 알게 되면서, 신자로서 내가 어떤 자세를 갖춰야 하는 지를 알 수 있어 더욱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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