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보면 제 신앙은 조금은 이기심에서 출발한 것 같습니다. 1987년 결혼, 1989년 자녀가 생기면서 세례를 받은 저의 입교 동기는 ‘내 가족의 안전과 안위를 위해서’라는 개인적인 생각에서 시작됐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천주교 신앙인으로 생활한 세월이 벌써 햇수로 25년째 접어들었습니다.
세례 후 10년 정도는 소위 ‘무늬만 신자’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냥, 습관처럼, 막연한 의무감으로 주일미사만 참례하는 신자였습니다. 신앙의 즐거움이나 기쁨은 전혀 다른 세계의 이야기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주님께서는 이런 저를 외면하지 않으셨습니다. 성당활동과 관련해 참으로 무지한 저에게 갑작스럽게 주님 메시지가 전달됐습니다. ‘안산 대학동본당 형제회 회장직 수행’. 참으로 난감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가 ‘너무나 부족하지만 순명도 큰 애덕’이라는 생각에 봉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이후 본당 ME 대표, 소공동체회 남성부회장, 소공동체 청소년위원회 위원장, 전례위원 등 주님께서는 한시도 저를 게으름에 빠지지 않게 하셨습니다. 이러한 봉사는 제가 ‘종교인’이 아니라 ‘신앙인’으로 살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됐고, 신앙인이 갖춰야할 ‘겸손’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동기가 됐습니다. 또 봉사자 직분의 의미에 대해 조금이나마 깨달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지난 4월, 안산 성안나본당 4대째 총회장으로 선임된 저는 ‘본당공동체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오랫동안 기도로써 새 성당 건립에 매진해온 형제자매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신부님을 도와 본당 활성화에 매진하는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래서 한 달 여에 걸쳐 호구조사를 시행한 후 ‘새 가족 우리가족 찾기 운동’을 펼치게 됐습니다. 이 운동 전에 마련한 혼인갱신식에는 35쌍이나 참가하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본당이 활성화되고 있음을 드러내는 표징이라는 생각에 신부님과 저는 무척이나 행복했습니다.
이런 기쁨을 주신 본당 형제자매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본당 활성화’란 큰 목표는 신부님이나 저의 힘만으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주님의 이끄심과 더불어 교우들의 기도와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한사람도 빠짐없이 함께할 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결집된 사랑과 겸손함을 갖고, 우리 모두가 하나 돼 아름다운 공동체를 만들어 나갈 때, 주님께서는 더 큰 축복으로 우리를 성원해 주시리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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