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청소년’이라는 낙인을 안고 살아가는 아이들이 맛본 사랑 체험은 그들의 삶 어딘가에서 희망이라는 샘이 솟게 하기에 충분했다.
서울대교구 사회교정사목위원회(위원장 김성은 신부)가 7~9일 사흘간 경기도 의왕시 고봉중·고등학교(서울소년원)에서 마련한 2013년 여름 신앙학교. 봉사자들 틈에서 활짝 웃고 있는 아이들 얼굴에서는 어떤 그림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젊은이여 일어나라’를 주제로 열린 올해 신앙학교에 참가한 학생은 20여 명의 신자 청소년을 포함해 모두 50명. 이들은 처음 접한 신앙학교 프로그램 안에서 닫힌 마음의 문을 하나둘 열어나갔다.
살레시오회 대림동공동체가 주관한 이번 신앙학교에서 청소년들은 ▲몸의 치유(7일) ▲마음의 치유(8일) ▲영혼의 치유(9일) 등으로 이어지는 프로그램 안에서 사랑으로 오신 주님을 만나는 체험을 했다.
마지막 날, 신앙학교에 참가한 학생들은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고봉중·고교가 생긴 이래 최고위 성직자인 서울대교구 조규만 주교가 찾아와 이들과 함께한 것. 조 주교는 학생들이 머무는 생활관과 학습관 등 주요시설을 둘러보며 관계자와 학생들을 위로했다.
조 주교는 학생들과 함께 봉헌한 미사에서 강론을 통해 “하느님 나라는 믿음을 지닌 사람에게만 주시는 하느님의 선물”이라며 믿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꿈이 이뤄질 수 있다고 믿으면 반드시 이룰 수 있다”면서 학생들을 격려했다.
행사 진행을 담당한 조남철 신부(살레시오청소년센터 성무감)는 “신앙학교를 하고 나면 내적인 치유를 통해 조금씩 변해가는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서 꼭 필요한 일임을 깨닫게 된다”면서 “아픔과 상처를 지닌 학생들에게 지속적으로 꾸준히 다가갈 수 있는 사랑의 힘이 절실하다”며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했다
서울 사회교정사목위원회는 교정시설에 있는 청소년들이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기 위해 고봉중·고등학교가 창립된 지난 1990년부터 여름·겨울 신앙학교를 진행해오고 있다. <서상덕 기자>
▲ 서울대교구 조규만 주교가 여름신앙학교에 참가한 제빵반 학생들에게 축복하고 있다.
전주교구 교정사목
무더운 여름 날씨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봉사자와 학생들 모두 처음 만나는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에파타’(마르 7,34)라는 주제 성구대로 마음을 열자 몇 년간 알고 지냈던 사이처럼 편안하고 친숙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됐다.
전주교구 교정사목(담당 이정현 신부)이 7~9일 전주소년원 학생들을 대상으로 마련한 여름신앙캠프는 첫날 참가자들의 마음을 열기 위해 ‘너, 나, 우리’라는 주제 아래 서로에 대해 이야기하는 프로그램들을 진행됐다. 각자 자기 얼굴에 자기소개글을 붙이고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자 어색한 미소가 터져 나왔다.
둘째 날은 주님의 희생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비록 참가 학생들은 모두 신자가 아니었지만, 십자가와 촛불을 앞에 두자 잔잔한 침묵이 이어졌다. 주님의 수난과 십자가의 죽음을 다룬 영상물을 보여주고 난 후 어머니의 사랑을 담은 영상물이 이어졌다. 쓰나미에 휩쓸린 가족이 서로의 생사를 알 수 없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보여준 사랑에 하나 둘 눈시울을 붉히기 시작했다.
마지막 날은 ‘사랑하기’를 주제로 나와 이웃, 그리고 예수님을 사랑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시간이었다.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며 자신을 돌아본 참가자들은 우리 주변에서 이웃 사랑을 실천한 요한 바오로 2세와 마더 데레사, 김수환 추기경의 동영상을 감상하고 주님을 사랑하는 시간인 미사를 봉헌했다. 미사 중에 가지고 있는 꿈이 뭐냐는 질문에 ‘대학생’이라는 대답이 나오자 일순간 정적이 흘렀다. 이번 캠프를 준비한 봉사자들처럼 꾸준히 성실히 순간에 임한다면 이뤄질 것이라 말하는 사제의 목소리에서도 안타까움이 묻어나왔다.
전주교구 교정사목 담당 이정현 신부는 “이번 캠프는 이전과는 달리 천주교 신앙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프로그램들로 마련됐다”며 “참가자들이 예수님의 사랑을 진솔하게 받아들이고 나누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김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