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자녀양육과 일, 하나만 선택해야 할까요?
얼마 전 초등학생인 딸 아이의 “엄마는 나보다 일이 더 좋잖아?”라는 말에 가슴이 무너지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아이가 우선이라 생각하면서도 결혼 전부터 해왔고 자부심도 느끼는 직업이라 눈물이 납니다. 자녀양육과 일 중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하는 걸까요?
A. 아이가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도록 행동해 왔는지 진정한 반성이 필요합니다.
“엄마는 나보다 일이 더 좋잖아?”
아이의 이 말은 엄마에게 충격과 함께 큰 갈등을 안겨 주었으리라 짐작됩니다. 남편과 딸의 뒷바라지를 하면서 날마다 허둥지둥 출근했던 내 직장생활의 목적이 과연 어디에 있는가? 엄마를 멈추게 했습니다.
저와 함께 사는 소녀들은 소위 말하는 비행 청소년들입니다. 통도 크게 남의 물건을 빼앗고, 폭력을 쓰다 잡혀 왔지요. 그러나 밤이 되어 취침을 돕기 위해 이불을 덮어주다 보면 마음이 짠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다 큰 십대 소녀들이 손가락을 입에 물고 잡니다. 가만히 손가락을 빼려 하면 아이처럼 옹알이를 합니다. 잠든 모습은 아장아장 걷는 갓난아이입니다. 부모의 사랑 결핍이 그 원인이지요. 모든 청소년의 가출은 가정에서 채워지지 않는 부모의 사랑을 찾아 떠나는 ‘방황’이라 해석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예전에 신문에 실린 한 외국 남자의 사진과 기사가 떠오릅니다. 그 남자의 소원은 죽는 날까지 아이처럼 유모차를 타고 턱받침을 하고선 밥을 떠주면 먹는 아이로 살다 죽는 것이었습니다. 50이 넘은 남자가 맞춘 유모차에 앉아 엄마같은 아줌마가 주는 이유식을 먹는 사진은, 마치 어린 시절에 부모로부터 받아야 하는 사랑이 채워지지 않으면 이처럼 일생 계속 갈구하며 살아간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위대한 교육자 요한보스코는 말합니다.
“아이들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자기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싶어 합니다. 이 느낌은 어떤 것으로도 대치시킬 수가 없습니다. 이해와 애정결핍의 콤플렉스는 일생 그들 안에 남아있을 것입니다.”
요한보스코는 또 어머니의 현존이 가정 안에서뿐만 아니라 교육의 장에서도 중요함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요한보스코는 자신의 어머니에게 애원합니다.
“어머니, 저와 함께 사는 아이들은 엄마가 없습니다. 우리 아이들의 엄마가 되어 주세요.”
이리하여 요한보스코 어머니는 58세의 나이에 고향 땅을 떠나 죽을 때까지 가난한 아이들의 엄마가 되어 주십니다.
어머니, 지금까지 자부심을 가지고 다니신 직장을 포기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또 그 방법만이 아이에게 사랑을 주는 것은 아닙니다. 온종일 곁에 있어도 엄마의 관심이 다른 곳에 있으면 마찬가지입니다.
“엄마는 나보다 일이 더 좋잖아?” 아이는 정직합니다. 그렇게 느꼈기 때문에 한 말입니다. 아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원인을 솔직하게, 정직하게 찾아보십시오. 분명히 있을 겁니다. 퇴근하고 집에 와서 아이가 사랑을 느끼게끔 했는지, 조금이라도 빨리 와서 아이와 함께 하려고 했는지, 피곤하지만 아이의 수다를 들어주고자 노력했는지…, 엄마의 정직한 반성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아이들을 사랑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사랑받고 있다고 느낄 때까지 사랑하십시오”라고 요한보스코는 말합니다. 마지막으로 어머니께 잉마르 베리만 감독, 잉그리드 버그만 주연의 영화 ‘가을 소나타’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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