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복음화와 교회의 쇄신을 말할 때 다른 어떤 것보다 사목자의 쇄신이 가장 시급하며 우선적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가히 부족함이 없는 것 같은 물질적 풍요를 구가하고 있는 현대사회는 사제들에겐 커다란 도전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사제는 온갖 세상의 유혹이 넘치는 한가운데에서 신자들의 영혼과 사제 자신의 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하는 녹록치 않은 삶을 요구받고 있다. 하지만 이러저러한 핑계로 일그러진 사제의 삶을 살아갈 수야 없지 않은가.
또한 최근 한국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가장 큰 현안은 양극화 현상이다. 자본주의 사회라는 미명 아래 스스럼없이 자행되고 있는 가진 자들의 횡포와, 못가진 자들의 상대적인 소외감이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중산층화 되어 있는 한국교회는 갈수록 못가진 자들의 교회라기보다 가진 자들의 교회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도시교회와 농어촌교회의 경제적인 수준차이가 한국사회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불균형과 그에 따른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해소하기 위해 교구 간의 협력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이제라도 각 교구장들이 정기적인 자리를 마련해 해결방안을 심도있게 모색할 때라고 생각한다. 교구 이기주의에서 벗어나 대화하고 협력 방안을 모색한다면 상생의 길은 얼마든지 열려 있다.
셋째 지역복음화만이 살 길이다.
교회는 세상에 진리를 선포할 뿐만 아니라 이웃에게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하는 것을 본질적인 사명으로 받았다. 때문에 각 본당공동체는 본당 신자들만이 아니라 항상 지역주민들을 향해 있고, 지역민 모두에게 구체적으로 다가가는 실질적인 교회 모습으로 탈바꿈하지 않으면 안된다. 예를 들어 수원교구에는 인천교구 민들레 국수집, 서울대교구 요셉의원 등과 같이 어려운 이들의 삶의 피로를 풀어줄 만한 곳이 있는가. 최소한 대리구 단위로 운영하는 무료급식소 등을 실천할 필요가 있다. 본당공동체가 협심하면 얼마든지 실천 가능한 나눔 사업이기 때문이다. 교회는 특히 사회의 사각지대라고 할 수 있는 눈에 잘 안 띄는 곳에서부터 생명을 살리고 희망을 선물하는데 익숙해져야 한다.
아울러 쌍방적인 협력 사목을 적극 실천할 필요가 있다.
사목자는 일정 기간이 되면 주교의 명에 따라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 하는 파견자일 뿐이다. 사목자 위주의 일방적인 사목형태는 평신도들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들고, 교회 성장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다른 나라의 경우와 비교해도 유독 한국 신자들만이 지나치게 수동적인 신앙생활을 하며 제 역할을 다 못하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선교나 사목은 언제나 상대방을 필요로 한다. 혼자 하는 사목은 없으며 늘 함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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