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여름, 팥빙수를 나누며 더위를 잊습니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더위가 가장 기승을 부리는 오후 3시. 얼음이 갈리는 경쾌한 소리에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이곳 마산교구청에는 매주 수요일 팥빙수 잔치가 펼쳐지고 있다.
무료로 제공되는 팥빙수 가게의 주인은 마산교구 기획관리국장 윤행도 신부. 교구청뿐만 아니라 자동차에 팥빙수 기계를 싣고 다니며 복지시설, 공소, 수녀원 등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가 봉사를 하고 있다.
매년 자비를 털어 팥빙수를 만들고 있는 윤 신부는 재료 선정에서부터 까다롭다. 윤 신부는 “국산 팥으로만 팥죽을 만들고 있기 때문에 더욱 인기가 좋은 것 같다”면서 “좋은 의도를 알고 교구장 주교님을 비롯해 많은 분들이 후원해주시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4년 농어촌 선교사목을 담당하며 팥빙수 봉사를 시작한지 벌써 9년이 넘었습니다. 당시에는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에 신자들을 기쁘게 해 줄 방법이 없을까 고민한 끝에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윤행도 신부는 “처음에는 기도모임에 참여하던 신자들을 위해 마련했던 봉사였지만, 공소를 찾아다니며 하게 되고 여름이 되면 다시 찾는 신자들이 많아졌다”면서 “이제는 피할 수 없는 소임이 되어버렸다”고 너털웃음을 지었다.
‘하느님께서 주신 기쁜 소임’으로 생각한다는 윤 신부는 올해도 어김없이 교구청과 복지시설, 심지어 봉쇄수녀원까지 찾아 나선다. 특히 지난 9일에는 수정트라피스트수녀원을 방문해 달콤 시원한 팥빙수를 선물했다.
“‘왜 이렇게 늦게 오셨냐’며 손꼽아 기다리던 수녀님들의 기쁜 얼굴에 힘든 줄은 전혀 모르겠습니다. 내년에도 그 다음해에도 팥빙수로 많은 사람들과 웃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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