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이기주의의 파고가 거세지고 경제논리가 득세하는 현실에서 가난한 이들과 가톨릭 신앙을 나누는데 앞장서온 명례방협동조합(이사장 당현준)이 설립 20주년을 맞았다.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이라는 정신에 따라 지난 1993년 9월 26일 수도단체, 빈민사목 후원회원 등이 한데 힘을 모아 창립된 명례방협동조합은 9월 1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설립 20주년 기념행사를 열어 그간의 성취를 돌아보고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행사의 문을 여는 1부에서는 명례방협동조합에 가입한 생산공동체 가운데 지금도 활동하고 있는 솔샘일터, 화목공동체와 이제는 운영을 중단한 마포건설, 한솥밥 등이 함께하는 간담회를 통해 협동조합의 부침과 현실 등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를 갖는다.
2부에서는 ‘명례방협동조합의 현황과 미래’를 주제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열린 세미나>를 열어 명례방협동조합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성찰하고 앞으로의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시간을 갖는다.
3부에서는 설립 20주년 기념행사와 기념미사가 마련된다. 기념행사 중에는 명례방협동조합이 걸어온 역사를 사진자료와 함께 회고하고 ‘가난한 이들의 삶과 협동조합’을 주제로 특별강연이 마련될 예정이다.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위원장 임용환 신부)와 함께 금융 협동조합으로 모습을 드러낸 명례방협동조합은 출범 당시 조합원 75명과 자본금 3500만 원으로 첫 걸음을 내디뎠다. 무모한 듯 보이는 가난한 이들의 선택 앞에 많은 이들이 고개를 내저었다. 자본을 비롯해 모든 것이 빈약하다고 할 수밖에 없는 협동조합인 만큼 밑 빠진 독에 물붓기식 운영 끝에 사라질 것이라는 게 대부분의 생각이었다. 하지만 겨자씨에 더해진 가난한 이들의 믿음은 놀라운 결실을 거둬오고 있다. 20년을 맞이한 현재 조합원 508명에, 출자금 6억3000만 원에 이르는 내실을 갖춘 조합으로 성장해 협동조합운동 역사에 새로운 장을 써내려가고 있다.
명례방협동조합이 가난한 이들 가운데서 이어온 모색의 몸부림은 그대로 빈민사목의 역사가 되었다. 봉제 협동조합 ‘솔샘일터’(서울 삼양동)를 비롯해 무농약 유기농산물조합 ‘화목공동체’(전남 순천), 생산 협동조합 ‘옷사랑’(서울 삼양동) 등이 명례방협동조합으로부터 대출받아 희망의 밑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하지만 명례방협동조합이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갈수록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가난한 이들의 삶이 피폐해지고 있는 현실에서 협동조합 정신을 잘 살려나감으로써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한 협동조합의 기치를 더 높이 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명례방협동조합, 내달 1일 미사·간담회·세미나 등 기념행사
‘가난한 이들 위한 우선적 선택’ 20년 맞다
과거·현재의 모습 성찰하고 향후 발전 방향 모색
1993년 조합원 75명으로 시작, 현재 508명 규모
국내 협동조합운동 ‘새장’ 평가, 빈민사목에도 기여
발행일2013-08-25 [제2859호, 7면]
▲ 지난 2월 3일 열린 제21차 정기총회에서 조합원과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