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는 15일 십자가 순회기도를 통해 신앙을 다졌고, 16일 기념음악회를 통해 친교의 기쁨을 함께 했다. 18일 청년대회에서는 교회의 미래인 청년이 한 자리에 모여 열정과 꿈을 나눴다. 사제와 수도자, 교구민이 함께 어울린 교구의 50주년은 지금 진행 중이다.
■ 십자가 순회기도 시작
전 본당 참여하는 40일 영적 쇄신 여정
성모승천대축일인 15일, 수원교구 정자동주교좌성당 제대 앞에 세로 2.5m, 가로 1.4m의 대형 십자가 6개가 우뚝 섰다. 교구장 이용훈 주교와 총대리 이성효 주교를 비롯한 교구 사제단과 신자들은 침묵 가운데 십자가 앞에 무릎을 꿇고 예수님의 수난을 떠올렸다.
교구 설정 50주년 희년 및 신앙의 해를 보내고 있는 수원교구가 마련한 ‘십자가 순회기도’의 시작을 알리는 ‘거룩한 순회십자가 축복예식’ 현장.
십자가 위 못 박힌 예수님의 발에 시선을 고정시킨 이성녀(마리아·85·정자동주교좌본당), 이기(마리아베로니카·67)씨가 나직이 고백한다.
“우리를 위해 수난, 희생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느낍니다. 십자가 순회기도는 일상의 어려움과 신앙생활의 나태함으로 방황하는 나약한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고, 다시금 신앙을 돈독히 하는 계기입니다.”
교구는 교구민들이 구원을 향한 확고한 믿음을 갖고, 예수성심의 사랑을 체험하며 이웃을 향해 사랑을 실천하도록 이끌어 주고자 각 본당이 참여하는 40여 일간의 여정을 계획했다.
축복예식을 시작하며 총대리 이성효 주교가 취지를 밝혔다.
“교구 희년의 중심행사인 ‘신앙대회와 감사미사’(10월 3일)를 앞두고 일회적 기념행사에 머무는 것이 아닌, 그리스도 사랑 안에서 영적 쇄신을 구현하기 위한 여정의 일환으로 십자가 순회기도를 마련했습니다.”
이용훈 주교가 성수를 뿌리고 향을 올리며 십자가를 축복했으며, 두 주교가 십자가 뒤편에 서명하는 것으로 축복예식은 마무리됐다. 축복을 마친 십자가는 이날 오후 성당을 떠나 순회의 시작이 될 각 대리구 중심성당으로 향했다. <이우현 기자>
▲ 교구장 이용훈 주교와 총대리 이성효 주교가 교구 본당들을 순회할 십자가에 서명을 하고 있다.
■ 기념 음악회
음악으로 희년의 기쁨 나눈 시간
16일 오후 8시, 수원교구민의 함성이 안양실내체육관을 메웠다. 음악회는 교구 설정 5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의 정점이었다.
‘희망의 무대-참여’, ‘기쁨의 무대-소통’, ‘복음의 무대-쇄신’으로 이어진 이번 음악회는 사제와 수도자, 교구민이 함께 참여해 희년의 기쁨을 나누고 미래를 다짐하는 시간이었다.
샌드 애니메이션으로 각 주제를 나타낸 영상과 함께 교구 복음화국 뮤지컬 극단 앗숨도미네의 마당극과 교구 설정 50주년 깃발을 힘차게 휘날리며 부른 ‘일어나 비추어라!’ 합창은 음악회의 분위기를 달아오르게 하는데 충분했다.
특히 노인빈 신부(청북본당 주임)와 사제 3명이 만든 힙합 메들리 무대와 교구 전교수녀연합회의 합창, 비보이와 풍물패, 댄서들의 플래시몹 퍼포먼스 등은 이번 행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또 가수 자전거 탄 풍경과 김광진, 바다의 축하무대와 테너 강정우·소프라노 임선혜씨가 꾸미는 클래식의 향연 등은 교구민과 함께 호흡하며 무대를 절정으로 이끌었다.
수원교구 설정 50주년 기념 ‘소통 마이크’의 시간도 진행됐다. 교구민들은 남녀노소 소통 마이크 영상을 통해 교구장 이용훈 주교에게 바라는 바와 감사의 인사를 전달했다. 이용훈 주교 또한 소통 마이크를 통해 교구민들의 영상에 대한 답변을 하나하나 전했다.
“반갑습니다. 50주년을 맞아 여러 행사를 하고 있지만 이것이 끝이 아닙니다. 앞으로 100년을 향한 계획을 짜는 전환의 계기로 삼아야 합니다. 순교자의 땅 위에 건립된 교구로서 내적 성장과 함께 하느님의 평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오혜민 기자>
▲ 16일에 열린 수원교구 설정 50주년 기념음악회 공연 모습.
■ 청년대회
“뜨거운 우리 열정, 주님께 바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특별한 곳에 쓰신다는 것을 믿습니까?”
“네!”
18일 안양실내체육관, 수원교구 총대리 이성효 주교의 질문에 청년들의 목소리가 우렁차다. 하느님 한 분을 바라보고 모인 청년의 열기가 한껏 느껴지는 곳, 바로 수원교구 청년대회의 현장이다.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를 다그칩니다’를 주제로 펼쳐진 이날 대회에는 800여 명의 청년이 하느님께서 주신(Give) 창조물을 보존하고, 하느님께 받은(Take) 생명을 지키며, 하느님께서 나눠(Share) 주신 사랑을 나누며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세상을 만들어 나갈 것을 다짐했다.
특히 이날 대회는 단발적인 행사에 그치지 않고 ‘세잎클로버(Give, Take, Share) 운동’을 선포, 대회에서 배운 정신을 지속적으로 일상에서도 이어갈 수 있도록 했다.
세잎클로버는 물질 후원, 희생과 실천을 통해 서로 주고, 받고, 나누는 운동이다. 청년들은 앞으로 이 운동을 통해 캄보디아 캄퐁참교구의 빈민촌을 후원하고 직접 찾아가 봉사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이성효 주교와 함께 미사를 봉헌한 청년들은 대회에서 수원교구 내 청년단체를 중심으로 한 8개 부스를 체험하며 생명·사랑·나눔의 의미를 일깨우고, 피아니스트 이희아(희야친타)양과 소프라노 임선혜(아녜스)씨의 토크 콘서트를 통해 하느님을 찾아 나서는 길을 배우며, 창작성가제를 통해 하느님을 찬양했다.
이날 대회에 참가한 홍서연(마르첼리나·20·왕곡본당)씨는 “이웃을 돕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실천하지 못했는데, 그 계기를 같은 신앙을 가진 청년들과 함께한 시간 속에서 찾을 수 있어 기쁘다”면서 “어려운 이웃을 위해 학생 신분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을 차근차근 해 나가고 싶다”고 전했다. <이승훈 기자>
▲ 교구 청년대회 미사 중 ‘캄보디아 십자가’가 퇴장하고 있다. 대회 참가 청년들은 앞으로 ‘세잎클로버 운동’을 통해 캄보디아의 어려운 이웃들을 후원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