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 사람의 연주에 귀를 기울인다는 것, 혼자만의 세계에 갇힌 지적장애인에겐 ‘기적’이나 다름없는 일이라고 한다. 이런 기적을 강원도 평창에서 만든 소녀가 있다. 한 호흡 한 호흡 청아한 플루트 소리가 뻗어나간다. 섬세한 바이올린과 영롱한 피아노가 선율을 주고받으며 아름다운 화음을 빚어낸다. 주인공은 지적장애 플루티스트 박가은(안나·18)양.
평소에는 고개를 돌리고, 눈도 잘 마주치지 못하지만 무대에선 180도 달라진다. 광명장애인종합복지관(관장 조성갑 수녀) 소속 다소니예술단 플루티스트인 박가은양은 지난 6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에서 열린 평창 스페셜뮤직페스티벌 개막식에서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과 함께 화려한 오프닝 무대인 ‘빅 스타 클래식의 밤(Big Star Classic Night)’콘서트에 출연하여 ‘아를르의 여인’을 연주하여 아름다운 선율을 선사했다.
콘서트에는 박가은양,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과 대관령국제음악제 예술감독인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와 첼리스트 정명화 듀오, 피아니스트 신수정, 첼리스트 강승민씨 등이 오프닝 무대를 장식했다.
2013 평창 동계스페셜올림픽의 감동과 도전정신을 잇기 위해 마련된 이번 축제는 ‘투게더 위 플레이(Together We Play)’를 주제로 모든 콘서트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연주하는 행사로, 국내외 12개국 88명의 지적장애 아티스트와 바이올리니스트 김형욱, 성악가 서혜연 등 세계적 음악 명장들이 참가해 음악수업을 진행했다.
박양의 이번 행사 참가는 다소니예술단 단원의 음악적 수준을 널리 알리며, 장애인의 사회통합 및 비장애인의 장애인식 개선을 도모하기 위해 한 발짝 다가서는 계기가 됐다.
박양의 어머니 강현실(로사·47)씨는 “누가 왔는지, 관객들 반응은 어떤지 무대를 무척 즐긴다”며 “음악의 힘으로 장애를 딛고 일어서는 국내외 지적장애인 100여 명과 첼리스트 정명화·기타리스트 이병우 등 다양한 예술인들이 만나 함께 음악을 만들어가는 모습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함께 연주하며 장애라는 장벽을 뛰어넘는 이번 음악축제는 지난 10일까지 닷새 동안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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