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한국교회는 외적으로는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전에 없이 증가하는 냉담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신앙의 내실화, 즉 신앙인들의 영적인 먹거리 창출에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를 위해 사목자는 신자들이 지금 이 자리에서 기쁘게 살고 일상에서 신앙을 실천하며 체험할 수 있도록 ‘신앙의 일상화’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또한 ‘신앙의 토착화’는 미래 한국교회의 열쇠이다.
각 교구별로 실시했던 시노드 결과물들을 보면 토착화에 대한 자세한 언급이 없어 안타깝다. 이는 한국교회가 여전히 한국인, 한국사회와 소통을 잘 못하고 있다는 반증일 것이다. 예를 들어 신심단체의 명칭에 있어서도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살리려는 노력은 찾아보기 어렵고, 외국어 명칭을 여과없이 사용함으로써 토착화는 커녕 한국 정서를 해치고 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신앙과 복음의 토착화는 신학에서나 거론하는 것처럼 여기는 풍토에서 벗어나, 일상에서부터 하나씩 접목하는 가운데 변화되어가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민족복음화 또한 분단국가의 지상과제 중 으뜸과제이다.
수원교구가 새터민들이 많은 교구 중의 하나임을 인식할 때, 더욱 특별한 사명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차근차근 통일 이후를 준비하면서, 지금으로선 새터민들이 우리 사회에서 잘 적응하고 정착할 수 있도록 필요한 구체적인 후원시스템을 가동해야 한다.
모든 선교와 사목활동은 협력선교(협력사목)를 지향하며, 거기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역할분담’에 있다. 수원교구의 경우, 이미 교구가 비대해지면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양산되고 있으며, 특히 인사에 관한 어려움이 급증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중대한 문제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가칭 ‘인사위원회’를 설치,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이 인사위원회는 주교님을 도와 교구 내 모든 인적 데이터뱅크를 구축함으로써, 자칫 야기될 수 있는 인사의 중복과 불합리함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납득 가능한 인사배치를 함으로써 상호소통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교회가 발전하려면 교구뿐 아니라 수도회의 동반성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한국교회의 경우 거의 모든 것이 교구에 편중돼, 이제라도 교구와 수도회가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조화로운 사목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 특히 본당에 파견된 수도자들의 삶에서 크고 작은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어, 수도회는 스스로의 정체성을 위해서도 보다 과감한 개혁을 단행할 때가 왔다고 본다.
나아가 한국교회는 지금까지 받는 교회 입장에서 살아왔지만, 이젠 돌려줘야할 위치에 와 있다. 한국교회는 다양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시아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으로 지목받고 있다. 이것은 한국교회가 감당해야할 역사적 소명과도 같은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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