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새벽 5시에 일어나 구슬땀을 흘리면서도 묵묵히 붉은 고추들을 수확한다. 눈을 감고 일하고 있지만 신기하게도 모두 붉은 고추만 따고 있다. 사실 이 아이들에게 눈을 뜨고 감고는 별 상관이 없다. 앞이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11~18일 충주성심맹아원(원장 정명희 수녀) 원생들이 전남 신안군 암태도로 농촌활동을 하러 내려왔다. 앞이 보이지 않는 아이들이 어떻게 고추를 수확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됐지만, 아이들은 촉감만으로 고추를 구분해냈다. 낮에는 솜씨를 발휘해 마을 주민들에게 안마봉사를 했다. 어찌나 시원한지 안마를 받는 어르신들의 얼굴에서 웃음꽃이 피어난다.
식사도 아이들 스스로 해서 먹는다. 참가자들이 자립하기 전에 미리 경험을 쌓아두기 위해서다. 오후에는 조개잡이를 비롯한 갯벌체험이 이어졌다.
목요일에는 자은성당에서 미사를 봉헌했다. 미사 후에는 어르신들에게 슬러시와 와플을 만들어 나눠드리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5일간의 농촌활동을 마치고 광주와 전주를 거쳐 충주로 돌아가는 아이들의 얼굴을 비록 검게 탔지만 그만큼 성장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연기영(보나·16·청주교구 지현동본당)양은 “흔히 해볼 수 없는 조개잡이나 고추 따기를 해보니 인상 깊었고 덕분에 집중력이 생겨 잘 따라갈 수 있었다”며 “남에게 친절을 베푼다는 것에 보람을 느끼고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충주성심맹아원은 ‘세상 속으로’ 프로그램을 통해 원생들이 사회 진출 전에 세상을 맛볼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카리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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