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2~25일 가톨릭대학교 성심교정에서 열린 제21차 ASEACCU(Asso
ciation of Southeast and East Asian Catholic Colleges and Universities, 아시아가톨릭대학연합회) 국제회의는 새로운 복음화를 실현하는 각 대학의 사례와 연구를 공유하고 아시아 가톨릭계 대학의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자리였다.
특히 신앙의 해를 맞아 ‘새로운 복음화’에 초점을 두고 진행된 이번 회의는 ‘교육’, ‘연구’, ‘봉사’를 각 세션의 주제로 준비, 관련 발제를 발표했다.
로마 교황청 가톨릭교육성 장관 제논 그로홀레프스키(Zenon Grocholewski) 추기경은 ‘새로운 복음화를 위한 가톨릭 고등교육의 사명’을 주제로 한 기조강연에서 “가톨릭계 대학들이 토론하고 고민하고 시도하면서 우리 삶의 모든 상황에 예수 그리스도의 더 나은 지식을 적용하게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ASEACCU 회장을 역임하고 있는 카멜로 미카엘 신부(일본 난잔대 총장)는 “아시아 각 가톨릭계 대학의 상황은 서로 다르지만 우리가 정부의 기조와 방향에 끌려가서는 안 된다”면서 “ASEACCU는 비교적 가톨릭문화가 덜 정착된 아시아에서 가톨릭 정체성에 관한 질문을 던지는 가톨릭계 대학들이 함께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기쁜 자리”라고 밝혔다.
‘새로운 복음화를 위한 가톨릭계 대학의 전인교육’을 주제로 진행된 제1세션에서는 가톨릭계 대학에서 이뤄지는 전인교육이 새로운 복음화를 위한 밑거름임을 밝혔다.
일본 조치대 다키자와 타다시 총장은 “신자 비율이 낮은 조치대의 경우, 기존 신자들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복음화를 말하기 어렵지만 세계를 더 인간적으로 만드는 것은 복음화에 이어지는 일”이라면서 전인교육이 복음화에 미치는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엔카르나시온 디창코 교수(필리핀 세인트폴대학 마닐라)는 학문적 우수성과 영성을 아우르는 전인교육이 새로운 복음화에 이바지함을 이끌어냈다.
그는 “학문적 우수성과 영성은 가톨릭계 대학교에서 분리될 수 없는 두 가지”라며 “학문적 우수성을 영성으로 인도했을 때 더욱 큰 학문적 우수성의 달성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2세션 ‘가톨릭계 대학 내 신앙과 이성의 창의적 대화’에서는 ‘이성’으로 대변되는 가톨릭계 대학의 사회 참여가 ‘신앙’인 새로운 복음화로 이어지는 사례가 발표돼 눈길을 끌었다.
타이완 후젠가톨릭대의 웨이 챠화 교수는 가톨릭계 대학이 학생들의 사회 참여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새로운 복음화를 이끌어 내는 중요한 활동임을 일깨웠다.
웨이 교수는 “학생들의 사회 참여는 가톨릭계 대학의 사명을 실현하고 장애인, 노인 등에게 혜택을 주는 것에만 효과가 있는 것이 아니다”면서 “사회 참여 프로그램에 참가한 학생들이 지식과 도덕성을 체득하면서 일상생활에서도 적용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대학연구가 농민을 도운 사례도 소개됐다. 빅토리아 아나닝시 교수(인도네시아 소에기자프라나타가톨릭대)는 전통방식으로 열대과일을 수확하는 농민들에게 그동안 소에기자프라나타가톨릭대가 연구해 온 농업기술과 지식을 전달해 가난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운 사례를 소개하며 학문의 달성이 사회복지와 복음화에 기여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제3세션 ‘가톨릭계 대학 자원봉사의 새로운 패러다임’에서는 대학이 자원봉사 사명을 더욱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사목자와 교사의 가톨릭 정체성을 확고히 해야함이 제기됐다.
필리핀 라살리파대 아멜리토 카스틸로 교수는 가톨릭대학의 정체성 확보가 대학 자원봉사로 이어짐을 인지하고 ‘라살리파대의 가톨릭 정체성 인식’에 관한 연구를 발표했다.
교수진 및 담당자들이 훌륭한 교육자로 양성될 때 학생들에게 더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결론을 도출한 아멜리토 교수는 “학문적 지식뿐 아니라 종교적인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교사를 위한 포괄적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공식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이 봉사정신을 함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사회봉사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태국 에백대도 아멜리토 교수의 입장과 같았다. 에백대는 최근 사제와 종교 강사 등을 대상으로 ‘전문 윤리 세미나’를 실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강사가 학생들의 봉사정신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도 진행해 더욱 효과적인 교육 방법을 찾고 있다.
아시아지역 68개 가톨릭계 대학이 가입한 ASEACCU는 아시아지역 가톨릭계 대학들이 서로 문제를 논의하는 한편, 수준 높은 대학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만든 국제 협의체다. 1993년 태국에서 첫 국제회의를 개최한 ASEACCU는 올해로 21번째 열리고 있다. 한국에서는 지난 1997년 가톨릭대-서강대 공동 주최, 2006년 대구가톨릭대 주최 이후 이번이 세 번째 회의다.
■ 교황청 가톨릭교육성 장관 제논 그로홀레프스키 추기경
“아시아 가톨릭계 대학, 신앙 전파 이뤄내야”
“한국의 대학을 방문하면서 역동성과 생동감을 체험했습니다. 한국교회는 대학뿐 아니라 모든 면에서 열정이 느껴지는 곳입니다.”
교황청 가톨릭교육성 장관 제논 그로홀레프스키(Zenon Grocholewski) 추기경은 한국 가톨릭계 대학과 교회의 모습에서 열정을 느꼈다고 전했다. 제21차 ASEACCU 국제회의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추기경에게 가톨릭계 대학이 나아가야 할 길을 물었다.
“한국의 가톨릭계 대학은 강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어 인상적입니다.”
그동안 아시아의 여러 나라를 방문한 적이 있지만 한국은 처음이라는 추기경은 이번 방문에 국제회의가 열린 가톨릭대뿐 아니라 서강대, 대구 가톨릭대 등 국내 주요 가톨릭계 학교들을 방문했다.
하지만 추기경과 한국 가톨릭계 대학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로마에서 가톨릭교육성 장관으로서 여러 한국 인사를 만난 추기경은 가톨릭계 대학 출신 인사를 여럿 만나온 것이다.
특히 비신자임에도 가톨릭 정체성을 가진 사람과의 만남은 추기경에게 놀라운 일이었다. 추기경은 “신자가 아닌데 왜 가톨릭계 대학을 선택했는지 물었는데 가톨릭계 대학이 우수할 뿐 아니라 단순지식이 아닌 전인적인 교육을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며 “한국의 가톨릭계 학교들은 신앙의 가치를 생동감있게 전하고 있는 듯하다”고 밝혔다.
“아시아 가톨릭계 대학은 유럽과 같은 지역에서는 할 수 없는 고유한 역할이 있습니다. 바로 신앙을 전파하는 것입니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대부분의 나라는 가톨릭 국가도 아니고 유럽처럼 가톨릭 문화를 기반으로 하지 않아 신자 수가 적고 가톨릭 신앙이 보편적이지 않다. 하지만 추기경은 바로 그렇기 때문에 아시아 가톨릭계 대학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추기경은 가톨릭계 대학 바깥보다 학교 안이 신자수가 더 높은 것을 들며 가톨릭계 대학에서 선교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임을 역설했다.
추기경은 “신자 비율이 적은 아시아 지역에서 가톨릭 정체성을 구현하는 데는 어려움이 따르는데 ASEACCU와 같이 모여서 정보를 나누고 노력하는 것은 각 대학에 확신과 용기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기술과 과학이 경쟁적으로 발전하기만 하는 모습은 역사를 돌아봤을 때도 나쁜 결과가 나타났던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톨릭계 대학들은 활동보다 목적의 중요함을 강조하고 학생들로 하여금 세상에 봉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ASEACCU 국제회의에서 발제를 맡기도 한 추기경은 가톨릭계 대학들이 경쟁적으로 물질적 성장만을 추구하는 오늘날 대학의 풍토를 경계하라고 강조했다.
추기경은 이런 세태 속에서 가톨릭계 대학이 나아가야 할 방향으로 “대학의 역할인 ‘연구’, ‘교육’, ‘봉사’의 균형을 맞춰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이 세 가지를 아우르는 것이 있는데 이는 바로 진리에 대한 봉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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