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해요
너무 오랜 갈등과 고민, 죄의식 중에 신부님께 문의를 드립니다.
저는 모태신앙으로 유아영세를 받고 독실한 가톨릭 신앙 가정에서 자란 미혼 여성입니다. 저의 믿음 생활은 뜨거운 믿음을 가진 것은 아니었지만, 신앙이 저의 중심에 자연스럽게 자리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몇 년 전, 지인과의 산행에서 그의 동료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중에 한 사람의 끈질긴 구애를 받게 되었고, 저의 마음 또한 흔들리게 되었습니다.
그동안의 갈등과 번민은 다시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그 사람과 가까운 사이가 되었고, 1년 전 그 사람은 이혼을 하였고 저와 결혼하고자 합니다.
그는 불교 교리에 깊이 심취해 있지만, 매일미사 책과 성경을 매일 읽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그도 가톨릭에 귀의할 의사는 있습니다만, 아직은 아닌 듯합니다. 저 또한 강요할 생각은 없고, 자연스럽게 교리를 받아들이기를 바랍니다.
저희가 가톨릭 교회법상 용서받고 함께 할 수 있는지 조심스럽게 여쭤보고 싶습니다. 죄의식으로 괴로운 나날들에서 온전히 벗어날 수는 없겠습니다만, 용서를 구하고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주님 안에서 속죄의 삶을 살고 싶습니다.
이런 엄청난 죄인입니다만, 성체는 모시지 못해도 주일 미사라도 참여하고자 하니, 그 고통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신부님, 부디 도움의 말씀을 청합니다.
대답입니다
하루하루를 죄의식 속에서 살아가신다니 안타깝습니다.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은 교회법적인 면이라는 것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자매님이 겪고 있는 심적인 어려움은 상담을 받고 고해성사를 보고 해결하시기를 바랍니다. 아마도 자매님 본인 때문에 상대방이 이혼을 하였다는 죄책감에 가득 차 있는 듯합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성당에서 혼인을 할 수가 없습니다.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습니다.
자매님과 결혼하고자 하는 형제님의 첫 번째 혼인유대를 풀어야 합니다. 신자가 아닌 상태에서 맺은 사회혼인이지만, 유효한 혼인유대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지금 할 수 있는 방법은 형제님의 첫 혼인에 대해서 교회법원에 무효소송을 제기하는 것입니다.
교회법원이 첫 번째 혼인이 유효하다고 판결을 내리면, 자매님은 성당에서 혼인을 맺을 수가 없습니다. 반대로 교회법원에서 첫 번째 혼인이 무효하다는 판결을 내려야만, 자매님은 형제님과 성당에서 혼인을 맺으실 수가 있는 것입니다.
혼인유효와 무효에 대한 판결은 교회법원에서 일하시는 신부님들이 당사자들의 진술과 증인들의 진술을 듣고 내립니다.
형제님의 무효소송준비를 본당신부님과 상의하셔서 하시길 바랍니다.
신동철 신부는 1993년 사제품을 받았으며 로마 교황청립 라테란대학교에서 교회법 박사학위를 받았다.
※ 전례와 성사 및 기타 신앙생활과 관련된 교회법에 대한 문의는 신동철 신부(stomaso@hanmail.net)나 편집국(22면 주소 참조)으로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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