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없이 침대에 누운 그의 눈길은 아득히 먼 곳에 멈춰진 듯했다. 설핏 미소를 머금은 듯하던 얼굴은 이내 시무룩해지더니 딱딱하게 굳었다. 채 신혼의 때를 벗지 못한 아내와 어린 아들을 떠나온 지 2년, 다시 그들 곁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만 같은 두려움에 눌려 잠을 이루지 못한 게 3개월이 넘는다.
지난 2011년 네팔에서도 오지 중의 오지로 꼽히는 다르출라에서 한국에 온 이주노동자 카시라즈 조쉬(Kashy Raj Joshy·32)씨는 모두가 단잠에 빠져있는 한밤중에도 뜬 눈으로 암흑을 응시하다 아침을 맞기 일쑤다. 언제 어떻게 극심한 고통이 찾아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조쉬씨에게 죽음과도 같은 고통을 안겨주는 것은 한 가지 병만이 아니다. 지름 5cm가 넘는 뇌종양과 갑상선암에 결핵까지 겹쳐, 흡사 반송장이나 마찬가지다. 그에게 병마가 덮친 건 한국에 입국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태어나면서부터 선천성 소장기형을 앓아 생명을 장담할 수 없던 아들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빚을 내 한국에 들어온 그는 경기도 의정부에 있는 섬유공장에서 일을 한지 3개월만에 몸에 이상을 느꼈다. 시도 때도 없이 다리가 마비돼 고꾸라지길 반복하면서도 아들 걱정에 자신의 몸을 돌볼 겨를이 없었다. 앉아서 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찾아 울산까지 내려갔지만 그나마도 감당할 만한 체력이 남아있질 않았다.
자신의 병도 모른 채 속만 태우다 통증이 심해져 이주노동자 무료진료소인 라파엘클리닉을 찾은 게 지난 5월이었다. 의사는 어떻게 이런 몸으로 버틸 수 있었냐고 했다. 한 가지 병만으로도 숨쉬기조차 힘들었을텐데 버텨온 게 기적이었다. 하지만 조쉬씨에게는 절망만 더해진 셈이다. 3000만 원이 넘는 치료비는 더 깊은 절망 속으로 그를 밀어넣었다. 모든 걸 포기하고 죽을 날만 기다리고 있던 그에게 기적처럼 사랑의 손길이 다가왔다.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의 도움으로 지난 8월 5일 서울대병원에서 뇌종양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급한 불은 끈 셈이지만 앞으로 몇 차례가 될 지 모를 방사선치료와 갑상선암 수술, 결핵 치료 일정은 가족을 향한 애타는 마음에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게 하고 있다. 이주노동자 쉼터인 ‘베다니아 집’에 머물고 있는 조쉬씨는 꿈이 없다고 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꿈을 가질 수 없는 처지이기에 꿈을 꿀 생각조차 못했던 것이다. 그런 그가 처음으로 꿈을 꾸기 시작했다.
“일해서 가족들에게 돌아가고 싶어요. 도움 주신 분들께 조금이라도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있게 되면 좋겠고… 아들이 좋아하는 것도 사주고 싶어요. 그리고….”
죽음을 앞에 두고 두 번 다시 가족을 만날 수 없을 거라는 두려움에 떨어야 했던 그가 희망을 말하기 시작했다. 한 시간도 앉아있기 힘들었던 그가 다시 희망으로 일어서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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