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 한 시간 전부터 부모님 손을 잡은 아이들이 하나 둘 성당에 오기 시작했다. 친구들과 노는 아이들도 있지만 몇몇은 성당 1층에 마련된 도서실로 향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집은 책을 펴고 읽기 시작한 아이들은 옆에서 사진을 찍건 말건 신경 쓰지 않고 열심히 독서에 탐닉했다.
아이들의 쉼터인 전주 아중본당(주임 이덕근 신부) ‘말씀의 방’이 만들어진지 어느덧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말씀의 방’은 처음에는 교계 신문과 잡지 등을 신자들이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자는 취지에서 설립됐지만, 성당에 와서 미사 참례 외에 할 것이 없던 아이들을 위한 공간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그런 변화를 이끌어 낸 것은 아이들 자신이었다. 집에서는 도통 책을 읽지 않던 아이도 성당에서 친구들이 독서를 하는 모습을 보고 자신도 함께하기 시작한 것이다. 변화하는 아이들을 위한 지원이 쇄도해 1000권이 넘는 책들이 성당으로 기증됐다.
‘말씀의 방’의 주된 이용자는 아이들이지만, 아이들만을 위한 책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가지런히 정리된 신문들과 잡지들, 책장에는 성인전을 비롯해 개인성화를 위해 필요한 많은 자료들이 구비돼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 가톨릭대학교에서 출간한 가톨릭대백과사전을 비롯해 교리교육에 필요한 책들도 마련돼 있다.
중고등부 교리교사 김용식(사도요한·33)씨는 “가끔 책장에 있는 교회사 관련된 책이나 영성 관련 책을 보면 읽고 싶은 생각이 들곤 한다”며 “말씀의 방은 인터넷 검색에 익숙해져있는 청년들에게 회합의 장소뿐만 아니라 마음의 여유를 갖게 만들어주는 곳”이라 말했다.
아중본당 ‘말씀의 방’은 본당 사무실이 열려있는 시간이면 늘 개방돼 있다. 대출과 반납은 다 자율적으로 이뤄진다. 대출 기간은 정해져있지 않다. 읽고 싶은 책이 대출 상태라면 대출 대장을 보고 전화해서 반납을 요청해야한다. 분실의 위험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같은 믿음을 고백하는 신앙인으로서 믿고 운영하자는 생각에서 자율적으로 운영해왔고, 3년 간 별 문제없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아중성당 홍보분과장 김한송(사도요한·54)씨는 “많은 분들이 말씀의 방이 접근성이 좋아 약속 장소로 많이 활용하고 있다”며 “신자들이 자주 찾는 말씀의 방이 설립 목적대로 신자들의 개인 성화를 위한 장소로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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