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녜스(22)씨는 교리교사를 그만둘 고민을 하고 있다. 경력교사가 적은 본당 사정 상 교감을 맡아 여름캠프를 준비하고 진행했지만 준비를 위한 막중한 책임감과 스트레스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노력한 것에 비해 중·고등부 아이들에게서 큰 변화를 얻지도 못한 것 같고 캠프를 준비하면서 성당에 나가면 혼나거나 혼내는 입장에 서는 것만 같아 캠프를 마치고도 홀가분한 것보단 오히려 마음의 짐만 늘었다.
이 이야기는 비단 이씨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주일학교에 5년 이상 근속교사가 15%에 불과하고 2~3년 1~2년 차 교사가 절반이 넘는 현재 한국교회에서 7~8월 여름캠프철이 끝난 지금 이씨와 비슷한 사연을 지닌 청년 교리교사들은 많다. 충분한 노하우와 경험도 없고 이끌어주는 선배도 없이 막무가내로 준비하는 캠프는 진행하는 교리교사와 청소년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여름캠프는 본당 청소년사목에 정점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 청소년들이 캠프를 좋아할까’하는 회의적인 시각도 다소 있지만 청소년들의 캠프 참여율은 건재하다. 서울대교구 청소년국이 발행한 「2013년 청소년사목 현황」에 따르면 초등부의 경우 출석대비 여름캠프 참여율은 90%에 육박해 교리교육에 참석하지 않는 학생들도 캠프에는 참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고등부의 경우 이런 경향이 더욱 뚜렷이 나타나 캠프 참석률이 평균 출석률의 100%로 조사됐다. 청소년들이 여전히 성당에서 진행하는 여름캠프에 호응하고 있다는 방증이라 할 수 있다.
청소년사목에 꼭 필요하지만 갈수록 준비하기는 어려운 캠프. 청소년사목전문가들은 캠프를 잘 준비하기 위해서는 캠프평가모임이 잘 이뤄져야 한다고 말한다.
평가는 주관적평가에서 객관적평가로, 비전·목표평가에서 운영평가로, 긍정적인 면에서 부정적인 면으로 진행하면 캠프의 전반적인 평가를 정리하기에 수월하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평가내용에 감정을 실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서울대교구 무악재본당(주임 조재연 신부)의 캠프평가모임은 조금 특별하다. 책상에 모여앉아 지난 행사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을 평가하는 기존의 평가모임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청년들이 모여 함께 즐기는 축제의 모습이다. 청년들은 캠프에서 일어난 일을 콩트로 꾸미기도하고 캠프에서 겪는 느낌을 나누기도 하며 캠프에서 겪은 내·외적 갈등을 해소한다. 캠프 평가는 그 뒤에 이뤄진다.
무악재본당 사목코디네이터 천진아(미카엘라)씨는 “감정이 풀리지 않은 채 잘잘못을 가리면 자칫 더 깊은 상처를 줄 수 있다”면서 “무악재본당에서는 축제와 나눔을 통해 마음의 짐을 내려놓고 감정적인 내용을 배제한 상태로 지난 캠프를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평가가 잘 이뤄진다면 다음 캠프 준비에 필요한 욕구조사와 자료수집도 함께 진행할 수 있다. 욕구조사는 이번 캠프에서 학생들의 반응과 선호도를 바탕으로 학생들이 원하는 바를 조사하는 것으로 학생들에게 설문하는 직접조사와 교리교사와 봉사자들을 통해 듣는 간접조사로 진행할 수 있다. 자료수집은 다음 캠프 준비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는 단계로 ‘서울대교구 청소년국자료실 캠프 피정 정보’(camp.eduseoul.or.kr)에서 캠프장소나 프로그램, 위탁캠프 등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캠프평가와 다음캠프의 방향설정은 미리 해두면 좋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캠프 2~3달 전에 짜는 것이 좋다. 너무 미리 캠프준비에 들어가면 봉사자들이 지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청소년과 함께
가장 많이 본 기사
기획연재물
- 길 위의 목자 양업, 다시 부치는 편지최양업 신부가 생전에 쓴 각종 서한을 중심으로 그가 길 위에서 만난 사람들과 사목 현장에서 겪은 사건들과 관련 성지를 돌아본다.
- 다시 돌아가도 이 길을한국교회 원로 주교들이 풀어가는 삶과 신앙 이야기
- 김도현 신부의 과학으로 하느님 알기양자물리학, 빅뱅 우주론, 네트워크 과학 등 현대 과학의 핵심 내용을 적용해 신앙을 이야기.
- 정희완 신부의 신학서원어렵게만 느껴지는 신학을 가톨릭문화와 신학연구소 소장 정희완 신부가 쉽게 풀이
- 우리 곁의 교회 박물관 산책서울대교구 성미술 담당 정웅모 에밀리오 신부가 전국 각 교구의 박물관을 직접 찾아가 깊이 잇는 글과 다양한 사진으로 전하는 이야기
- 전례와 상식으로 풀어보는 교회음악성 베네딕도 수도회 왜관수도원의 교회음악 전문가 이장규 아타나시오 신부와 교회음악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명쾌하고 논리적인 글을 통해 올바른 신앙생활에 도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