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복더위도, 지리한 장마도 끝나고 어느덧 가을의 문턱에 서서 다시금 세월의 무상함과 계절의 오묘한 신비를 느껴봅니다. 저 큰 우주 속에 우리 인간은 작은 미물임을 생각합니다. 모든 것은 변하고 가고 오고 피고 지고 하는데, 너무나 빠른 시간 속에 모든 것은 옛것이 되는데, 영원히 변치 않을 분 오직 하나, 하느님뿐이십니다.
이 시대에 사는 우리들은 물질의 풍요 속에 ‘더 좋게’, ‘더 많이’, ‘더 크게’ 상대적 빈곤에, 끝없는 욕망에 사로잡히고 교육은 명문 학벌 최고여야 명함을 내보내고, 과학은 하느님 영역을 넘나들듯이 무병장수로, 고령화사회로, 복제인간으로, 외모중심의 경쟁력으로 치닫습니다. ‘열심히 일하고 저축해서 개미처럼 쌓아두자’는 말이 옛말이 돼버린 이 시대에 사는 우리들은 바벨탑을 높이 쌓아가는 중입니다.
큰 나무 한그루보다 작은 나무들이 한데 모여 숲속을 이뤄 온갖 생명들이 탄생하고 약동하는 아름다운 숲, 물 한 방울 한 방울이 모여 도랑이 되고 시냇가가 되고 강물이 된 작은 물방울들, 이 작은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답습니까.
작은 것은 기본입니다. 작은 것은 기초입니다. 그러니 우리도 작은 영혼이 됩시다. 작은 영혼은 소화데레사의 영성입니다. 겸손하고 온유한 작은 영혼들은 성모님을 본받고 예수님을 따르면서 사랑과 기도, 보속과 속죄의 희생으로 살아가는 영혼입니다. 작다는 것은 소박하고 순결하고 편안한 영혼의 쉼 그런 것이 아닌지요. ‘여성상위시대다’, ‘남녀평등이다’ 해서 현시대에 사는 우리 여성들은 엄청나게 지위가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여성들은 성모님처럼 살아있는 모든 것의 어머니가 돼야 합니다. 성모님은 드러나지 않고 뒤에서 묵묵히 모든 것을 받쳐 주십니다. 성모님은 작으면서도 크십니다. 여성들은 어머니라는 사명감을 갖고 성모님처럼 그 역할을 해야 합니다.
성모님의 현존을 느끼는 하우현본당은 110년된 교우촌이 있는 아주 작은 마을입니다. 가정의 대소사가 본당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저녁때만 되면 모두 모여 저녁기도 하는, 천주교 박해시절 피난 와서 살았던 그 후손임을 알리는 작은 교우촌입니다. 작은 본당, 작은 공동체, 가정 같은 교회입니다.
우리 신부님께서도 성모님을 배우는 성모님학교로 그리스도 향기가 나는 생활인이 되도록 복음 선포에 온 정성을 기울이고 계십니다. 아직 성지 선포는 안 됐지만 선교사의 숭고한 얼이 깃들어 있고 순교자의 믿음이 배여 있는 이곳이 우리 신자들은 성모님 성지로 선포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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