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날리는 운동장에 줄을 맞추어 앉아 귀순용사의 이야기를 들었던 중학생 시절이 기억난다. 참혹한 북한의 삶을 넘어 온 그를 용사라 불렀고 열렬히 환영했다. 그 이후에는 귀순용사가 학교에 오지 않았지만 가끔 TV에서 북한에서 온 사람들의 기자회견이 있었고, 어두운 옷 색깔과 긴장한 얼굴이 기억난다.
전쟁 이후 인권이 말살된 어둠의 땅에서 계속 사람들이 우리 곁에 오고 있다. 그들에 대한 이름도, 그들을 대하는 태도도 계속 바뀌어간다. 최근에는 정착하지 못하고 다시 돌아가는 이들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근본적으로는 북한 땅에도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상황의 불안정은 끊임없이 가족과 고향을 떠나게 만들고 있다. 북한의 전반적인 인권 향상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의료와 식량지원도 인권의 문제이며 사회, 문화 안에서 차별받고 억압받는 삶의 개선을 위한 노력에도 교회와 국민 모두가 적극적이길 바란다.
우리 사회는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빈민국가를 지원하는데 열심이다. 하지만 북한 인권 개선과 북한의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자는 이야기는 너무나 조심스럽다. 특수한 남북관계에 발목을 잡힌 모습이다.
북한을 떠나 우리 곁에 온 그들은 우리의 이웃이다. 루카복음에서 ‘예수님은 누가 저희 이웃입니까’라는 물음에 누가 강도를 만난 사람의 이웃이 되어 주었냐고 묻는다. 너희도 가서 그렇게 하라고 사명을 주신다. 북한을 떠나온 그들을 이웃으로 받아들여주는 모습을 기대한다.
평범한(?) 본당신부를 꿈꾸며 신학교 생활을 하던 중 탈북자에 대한 짧은 글을 쓸 기회가 있었다. 그때 만난 이들은 상처를 품고 있는 아픈 이웃이었다. 투신하지 못하고 살지만 그 이후에 그들을 만날 기회가 계속 주어지고 있다. 평범한 본당신부로서 신자들을 사랑하고 살고 싶은 것이 소박한 꿈이나 신자 중에는 북한을 떠나 우리 곁에 온 이들도 포함돼있다. 모두의 마음 한 쪽 작은 자리를 그들에게 내어주는 모습을 기대해 본다. 뜨거운 여름 뒤에 수확의 기쁨이 넘치는 가을이 오기를 기대한다. 지금의 뜨거운 상황이 개선되고 곧 하느님께서 허락하시는 평화와 자유의 시간이 오길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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