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도 하루가 멀다 하고 경제위기를 지적하는 언론보도들을 보면, 지난 IMF 금융위기 사태 또한 떠올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당시 IMF 체제하의 위기상황과 관련해서 우리 교구는, 전국 교구 차원에서는 처음으로 실직자들을 위한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했었는데요. 각 본당과 가정, 일터, 학교 등에서 상황에 맞게 실천할 수 있는 자료였습니다.
나라경제의 파탄은 지역교회와 무관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교회는 경제파탄을 초래하도록 방치한 것에 대한 도덕적 책임을 자각해야 하며, 이는 사목자들과 신자들의 자성의 계기가 되어야 하기에 보다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던 것인데요.
IMF 체제하에서 우리가 맞은 경제난국은 단순히 경제문제만이 아니었습니다. 경제위기는 겉으로 드러난 현상이고 근본문제는 우리 정신, 생활에 있었습니다. 국제구제금융을 지원받고서 우리가 가장 많이 듣게 된 말이 ‘신뢰(성) 회복’이었는데요. 이 단어는 그 자체가 벌써 우리의 문제가 경제문제만이 아니라 오히려 이웃을 속이고 과장한 ‘우리의 거짓된 생활 자세에서 비롯된 윤리문제’라는 것을 반증해 주었습니다.
사실 IMF 사태 전, 우리 사회 전체와 우리의 생활 모습, 자세가 비정상이었음은 다들 느끼고 또 인정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IMF 사태를 통해 우리가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말들을 서로 나누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교회는 정신과 생활의 새로운 틀을 짜야 했습니다. 어려움을 극복하는 길은 더 이상 거짓과 과장, 부정 등 비윤리적인 정신자세와 생활을 버리고 복음적 가난의 정신으로 근검절약과 저축생활을 하면서 근면, 성실, 정직으로 윤리의식을 회복하고, 그로써 신뢰성을 회복해 나가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위기를 기회로 삼기를 당부하는 글을 통해, 시대의 징표를 깨닫고 하느님 뜻에 부응하려 함께 노력하자고 전했습니다.
십자가를 보고 피해선 안됩니다. 자모이신 교회는 항상 어머니 역할을 해야 합니다. 우리 개개인들이, 교회 전체가 공동체적인 연대의식을 강화하고 연대적인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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